약해지는 고환율 ‘약발’…무역수지 감소하나

약해지는 고환율 ‘약발’…무역수지 감소하나

기사승인 2009-05-10 20:56:00


[쿠키 경제]
원화가치의 가파른 반등(원·달러 환율 급락)을 보는 정책당국자들의 마음이 그리 편치 않다. 금융시장이 최근 안정을 찾아가고 소비심리가 호전된 데는 수출대기업의 1분기 실적 호전이 큰 몫을 한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출기업들의 실적 호전이 환율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내수가 여전히 취약한 가운데 이러한 환율효과마저 사라져 수출이 지지부진할 경우 국내 경기가 반짝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하는 '더블 딥(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효과 사라지면

달러화로 표시된 수입품의 국내가격은 이전에 비해 떨어지고 수출가격은 오르게 된다. 국내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진다는 뜻이다. 우리 수출 경쟁력의 환율 의존도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현재의 경상수지 흑자는 '불황형'다. 수출 실적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라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어 생긴 흑자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가치 절상) 방향으로 돌아선 것은 그만큼 파괴력이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0일 "환율효과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가 쉽게 적자로 반전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다만 지난 4월까지의 무역흑자와 일부 대기업들의 호실적이 환율효과 때문임을 감안하면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달러당 1570원선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말보다 25% 가까이 떨어졌던 원화 가치는 지난달 월평균 -4.91% 수준으로 절하폭이 줄었다. 반면 일본 엔화는 최근 달러화 대비 월평균 -7∼8% 내외의 절하폭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의 고환율 약발이 점차 줄면서 지난 4월 60억2000억달러의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무역수지도 점차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우려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데는 환율 추세가 급반전하는 시점에 대한 부담도 자리잡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등지으로 내수를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수출이 뒷걸음질치면 금융시장은 물론 재정정책의 약발도 떨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더블 딥 가능성을 제기한다. 글로벌 침체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더블 딥이 현실화될 경우 L자형 장기침체도 빠질 수 있다는 게 환율효과 상실에 대한 비관론자들의 논리다.

무역협회 원종현 연구위원은 "수출기업들이 그동안 원화 약세와 엔화·위안화 강세에 힘입어 선방했는데 지금은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인위적인 환율조작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 2월25일 "환율 문제를 잘 활용하면 수출 확대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윤증현 재정부 장관의 발언 이후 고환율 혜택을 누려왔지만 특정 목표환율대로 시장을 유도할 경우 물가 앙등이나 외환보유고 소진 등 예기치못한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그동안 과도했던 원화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이에 한몫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적자로 반전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환율이 지금보다 휠씬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국제유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야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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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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