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법관 윤리위 결정 비판하는 판사글 잇따라

신 대법관 윤리위 결정 비판하는 판사글 잇따라

기사승인 2009-05-12 0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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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신영철 대법관에게 '경고 또는 주의 촉구'라는 낮은 수위의 징계를 내리자 이를 비판하는 현직 판사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부 소장 판사들은 "윤리위 결과를 기다리며 침묵하던 법관 사회를 배신했다"며 사태를 각급 법원별 판사회의에서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법부 수뇌부는 사법 파동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속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사법부 신뢰 곤두박질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는 11일 윤리위 결정을 강하게 비난하는 판사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판사들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윤리위 결정을 받아들일 경우 사법부에 심각한 독(毒)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6단독 이옥형 판사는 '희망, 윤리위, 절망'이라는 글에서 "윤리위의 졸렬한 의견에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있다"며 "신 대법관의 행위가 사법행정권 행사의 일환이라는 윤리위 결론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판사는 지난달 열린 전국법관회의에 서울중앙지법의 단독판사 대표로 참석했다. 법관회의에 함께 참석했던 서기호 판사도 글을 올려 "일선 판사들은 선배 법관에 대한 존경심과 판사로서의 자긍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이헌영 판사는 "뻔한 결과가 예상됐지만 일말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마저 사라졌다"며 "신 대법관 사퇴나 징계요구는 침해된 사법권 독립을 제자리에 올려놓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법관 '결자해지'하라

신 대법관의 용퇴와 이 대법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도 많았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의 유지원 판사는 "사법부가 더 이상 소모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결자해지 측면에서 신 대법관의 결단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법 오경록 판사는 "윤리위 결과가 주는 충격은 입을 다물게 한다"면서 "대법원장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조치를 내려줄 것이라 믿고 싶다"며 대법원장의 용단을 요구했다.

더 이상 대법원에 사법부 문제를 맡길 수 없다며 법관들이 나서자고 건의한 글도 있었다. 서울서부지법 정영진 부장판사는 "윤리위가 징계 관련 부분은 권한 밖이라고 선언하면서 신 대법관 사태는 아무 진전 없이 원점으로 돌아왔다"며 "이제 법관들은 각급 법원 판사회의를 통해 강력한 의견 표명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 판사 역시 "윤리위 결정과 진상조사단 결과가 배치되는 만큼 신 대법관에 대해 결정을 내릴 법관회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규칙에 따르면 법원장은 소속 판사 3분의 1 이상의 소집 요구가 있을 경우 지체없이 판사회의를 개최해야 한다. 그간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가 고위 법관 혹은 외부 기관에서 논의된 만큼 일선 판사회의가 열릴 경우 의견 수렴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공식적인 대응없이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이 대법원장은 대법원 청사 정문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없이 퇴근했다. 오석준 대법원 공보관은 "대법원장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번주 안에 신 대법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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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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