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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이용훈 대법원장이 13일 신영철 대법관에게 '엄중 경고'를 내리는 등 예상보다 높은 수위로 유감을 표명했지만 일부 소장판사들의 신 대법관 자진사퇴 촉구 의지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집단 행동은 일단 단독판사회의 이후로 연기됐다. 그러나 소장판사들은 신 대법관 사퇴만이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엄중 경고' 의미는

이 대법원장이 신 대법관을 '엄중하게' 경고한 것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일선 판사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이 대법원장 자신이 신 대법관 사건을 윤리위에 회부한 마당에 결정을 무시하고 징계위에 회부할 수도 없고, 윤리위의 결정을 따를 경우 사법부 내분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윤리위의 권고에 따른 경고지만 '엄중'이라는 표현을 붙여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발표문의 '법관들과 함께'와 '엄중 경고'라는 말을 유념해 대법원장의 의도를 읽어달라"며 "신 대법관의 행위가 부적절했다는 뜻을 명백히 밝힌 동시에 젊은 소장 판사들의 충정을 이해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이 예상보다 빨리 유감 표명을 한 것은 14일로 예정된 단독판사회의와도 연관돼 있다. 단독판사들이 집단 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조기에 차단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퇴 불가피" vs "화합할 때"

이 대법원장의 발표문 및 신 대법관의 사과문에 대해 젊은 판사들은 "대법원장으로서는 정답을 내놓은 셈이지만 사태 인식이 안일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소속으로 현재 외국에 연수 중인 김예영 판사는 "신 대법관의 사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사과문 발표로 사태를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인정할 수 없다"고 신 대법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부장급 이상 판사들 사이에서는 "젊은 판사들이 더 이상 신 대법관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사법부 흔들기"라며 "이제는 화합할 때"라는 의견이 많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의 결정을 놓고 다시 논쟁이 벌어지면 사법권 독립과 국민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점도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

소장 판사들은 이미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 작성 및 집단 사표 등 집단 행동 방식과 시점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했다. 연판장을 준비하는 한 판사는 "'신 대법관이 안 나가면 우리가 나가겠다'는 말이 집단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사퇴가 아니고는 해결 방법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신 대법관의 글이 올라온 이후 동정론이 부각되며 집단 행동의 동력이 한풀 꺾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일단 단독판사회의 후로 집단 행동을 보류키로 했다"며 "신 대법관이 사과의 뜻을 표한 마당에 성급한 연판장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은 14일 열리는 단독판사회의에서 신 대법관의 거취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신 대법관의 재판개입 논란이 불거진 뒤 판사들이 가진 첫번째 자발적 회의인 만큼 회의 결과는 신 대법관의 거취 및 향후 판사들의 집단 움직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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