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개성공단이 '폐쇄' 위기에 빠졌다. 향후 남북 당국이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된다 해도 정상을 회복하긴 힘들어 보인다. 남북경협의 상징으로 불리며 가동을 시작한 지 4년5개월 만이다. 또 폐쇄가 결정될 경우 장비 반출을 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공사에 들어갔다. 2004년 12월 첫 제품이 생산됐고, 2007년 12월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됐다. 지난 2월 현재 101개의 남측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들만 33개다. 진출 기업수가 늘면서 생산 규모도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북측이 공단에 대한 각종 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생산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3월 생산액은 1922만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21%나 떨어졌다. 북측 근로자 수는 3만8000명 대에서 정체돼 있다.
북측이 15일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나가도 무방하다'고 통보한 것은 '공단 폐쇄'를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다만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책임을 남측에 전가한 측면이 없지 않다. 개성공단의 폐쇄는 남북 양측 모두에 피해를 가져다 준다. 북측으로선 공단에 납품하는 자기측 공장이나 기업이 없기 때문에 연간 3300만달러로 추정되는 외화벌이 창구만 없어질 뿐 구조적 피해는 크지 않다.
남측 입주 기업이 입을 경제적 피해는 막대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4일 보고서에서 개성공단 폐쇄시 회수하지 못하는 직접 피해액 7300억원과 이를 국내에 투자했을 때 발생했을 생산유발액 6300억원을 합해 1조3600억원의 손실이 생길 것으로 분석했다. 더욱이 영세한 입주 기업들의 줄도산도 예상된다.
물론 개성공단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은 있다. 북측도 통지문에서 "사태가 어떻게 더 험악하게 번져지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측의 태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뒤집어 보면 남측이 북측 요구를 수용하면 공단 폐쇄 조치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임금 인상, 토지사용료 조기 징수 등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입주 기업들이 떠안아야 한다.
북측 근로자의 현재 평균 임금(월 75달러)를 2배만 올려도 기업들은 매달 300만달러 정도의 비용 부담이 추가된다. 저비용 구조라는 개성공단의 투자 메리트가 사라져 향후 입주 기업들이 공단 철수를 결정하거나, 공단 추가 진출을 꺼리게 되면 개성공단은 정체되거나 서서히 생명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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