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원의장 314년만에 중도사퇴…영국 헌정사상 최대 위기

英 하원의장 314년만에 중도사퇴…영국 헌정사상 최대 위기

기사승인 2009-05-20 16: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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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의원들의 수당 부당 청구로 시작된 영국 의회 ‘세비 스캔들’이 다음달 21일 사퇴하겠다는 마이클 마틴 하원의장의 발표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종신직인 하원의장이 중도 사퇴한 것은 1695년 이후 314년 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하원의장 사퇴가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0일 “스캔들에 연루된 해당 의원들뿐 아니라 고든 브라운 총리를 겨냥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며 “앞으로 파문 희생자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당인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는 “의원들의 주택수당 스캔들로 정치 시스템이 마비됐다”며 의회 해산과 즉각적인 총선을 요구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보수당은 다음달 4일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 과정에서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브라운 총리는 마틴 하원의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의회가 더 이상 19세기 신사들의 사교클럽처럼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상류층의 사교클럽은 멤버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해 자율적으로 운영해왔고, 의회 역시 비슷하다. 그동안 영국 의회는 특별한 감시기구 없이 의원들의 양심에 의존해왔다. 그 결과 여야를 가리지 않는 주택수당 비리로 이어졌다. 브라운 총리는 “즉각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의원들의 비용 청구 내역을 승인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제도 개혁을 약속했다.

그러나 영국 정계에 몰아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마틴 의장에 앞서 샤히드 말릭 법무차관이 이번 일로 물러났으며, 엘리엇 몰리 노동당 의원은 당원자격이 정치된 채 당 자체 조사를 받고 있다. 보수당에서도 캐머런 당수의 정책 자문 책임자인 앤드루 매케이 의원이 사퇴했다. 여야 의원들은 그동안 받았던 수당 가운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찾아 자진 반납하고 있다.

차기 하원 의장은 오는 6월22일 사상 처음으로 의원들의 비밀 투표로 선출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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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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