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도 무릎꿇은 자녀 사교육

학교장도 무릎꿇은 자녀 사교육

기사승인 2009-05-22 10: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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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교육 현장에서 공교육 정상화의 주축이어야 할 학교장도 자기 자녀를 위한 사교육은 끊지 못했다.

최근 만난 교육 공무원 A씨는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딸을 위해 과외를 시켜 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까지 서울 시내 모 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재직한 사람이어서 ‘공교육 강화, 사교육비 경감’을 구호로 내건 교육계의 이면과 ‘아직 갈 길이 먼 학교 교육’의 현 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아울러 소신이나 직업을 불문하고 자녀에 대한 부모 마음은 하나같은 탓이기도 했다.

A씨는 교장으로 있던 2006년 어느 날 고교 2학년생이던 딸이 거실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서럽게 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억장이 무너졌다. 딸은 학교에서 치른 모의 수능 시험 결과 수학 교과인 수리 영역 점수가 다른 영역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나오자 속상함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보를 터뜨리고 만 것이다. 긴 시간을 들여 공부해도 수학 성적만은 좀처럼 오르지 않아 답답함과 초조함을 켜켜히 묵혀 온 터였다. 수리 영역은 매년 대학 입시에서 당락을 결정하다시피 하는 요소다.

퉁퉁 부어오른 딸의 눈두덩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 A씨는 “학원에 보내주겠다”며 달랬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였다. 곁에 있던 부인이 “이미 보내고 있다”고 받아쳤다. 말문이 막힌 A씨가 해결 방법을 묻자 딸은 “개인 과외를 붙여 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결국 A씨 부부는 수소문 끝에 딸과 같은 연배의 자녀를 키우는 명문대 출신 중년 여성을 찾아내 개인 교습을 맡겼다. 일주일에 두 번씩 수업하는 과외에는 매달 120만원씩 들어갔다. 과외를 시작한 뒤 딸의 수학 성적이 연일 상승세를 타자 고무된 부부는 토요일마다 있는 영어 그룹 과외에 매달 60만원을 더 썼다. 누가 봐도 고액 과외였고, 현행법에 비춰서는 불법 과외였다.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과외 교습자는 어디서 무엇을 가르치는지는 물론 과외비로 얼마를 받는지까지 교육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A씨는 “생전 그런 목돈을 사교육비로 쓴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재수 비용보단 싸다는 생각으로 투자했다”면서 “정말 성적이 오르니까 마지막 (수능) 시험을 볼 때까지 사교육을 끊을 수 없더라”고 당시 입장을 설명했다.

과외는 1년여간 이어졌고, 딸은 2008학년도 수능 시험에서 언어·외국어·수리 영역 등 주요 영역 모두 1∼2등급을 맞았다고 A씨는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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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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