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치 못한 최홍만의 승리

개운치 못한 최홍만의 승리

기사승인 2009-05-27 00:08:03
[쿠키 스포츠] 반년 만에 링에 오른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9)이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했지만 개운치 못한 뒷맛은 어쩔 수 없었다.

최홍만은 26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벌어진 ‘드림(DREAM) 9 슈퍼 헐크 토너먼트’ 대회에서 메이저리그 홈런왕 출신 호세 칸세코(45·쿠바)를 1분17초 만에 TKO로 물리쳤다. 이 경기로 최홍만은 2007년 12월 제롬 르 밴너(프랑스)와의 경기부터 이어온 5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예상대로 칸세코는 최홍만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칸세코는 1라운드가 초반 선제 공격에 나섰다. 접근전으로 매서운 라이트훅을 최홍만의 얼굴에 적중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최홍만은 멀쩡했고 기세에 눌린 칸세코는 뒤걸음질을 쳤다. 결국 1라운드 1분쯤 칸세코가 킥을 시도하다 넘어지자 최홍만은 이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파운딩을 퍼부어 항복을 받아냈다.

하지만 최홍만에게 이번 대결은 악수(惡手)에 가깝다. 링 경험이 일천한 40대 중반의 전직 야구선수를 상대했다는 점에서 단순 흥미거리로 전락했음을 확인시켜줄 뿐이었다. 최근 UFC 등 미국 격투기에 밀려 인기 하락에 고심하고 있는 일본 격투계는 경기 수준보다 흥미 위주로 대진을 짜는 경향이 있다. 비록 최홍만이 연패에 빠졌어도 그동안 미르코 크로캅(크로아티아),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러시아), 세미 쉴츠(네덜란드), 바다 하리(모로코) 등 최정상급 격투가들과의 경기를 가졌다. 당연히 코미디 같은 이번 매치를 거부했어야 옳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근본적으로는 최홍만의 소극적인 경기 성향이 문제다. 압도적인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그의 경기에서 ‘투지’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소극적인 경기를 일관, 패배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최홍만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일본 영화에 왜장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부하로 출연하는 등 연이은 악수를 두고 있다는 점도 그를 응원했던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팬들은 좀더 영리한 처신과 격투가로서 ‘투지’로 최홍만의 부활을 기대한다. 연패를 끊은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도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