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추모행렬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봉하마을을 찾은 조문객 수가 27일 100만명을 넘어섰다. 한낮의 뙤약볕 아래서도 1㎞ 이상 늘어선 추모행렬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고 봉하마을 입구 길은 고인을 추모하는 만장이 길게 줄을 이었다. 서울에서는 노 전 대통령 추모제 장소를 두고 시민단체와 경찰 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1㎞ 늘어선 만장 500개= 봉하마을 진입로 양 길에는 500개의 만장이 내걸렸다. 부산민족예술인총연합회 회원들이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게재된 노 전 대통령 추모글을 옮겨적은 만장은 봉하마을 입구에서 빈소 인근까지 1㎞ 구간에 설치됐다.
만장에는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울어도 울어도 보고 싶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림움을 나타내거나 '우리 갈 길 멀고 험해도 끝내 이기리라' 등 각오를 다지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문차례를 기다리며 만장을 살펴보던 김형금(39)씨는 "글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고인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진다"며 "대통령이었을 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지해주고 힘을 실어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분향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사저까지 200m 가량 이어진 길가 담벼락에 붙은 하얀 종이에도 '이곳의 모든 짐 그곳에서는 잊고 편안하시길
기도합니다'등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의 글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날 오전 8시쯤에는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이 빈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 헌화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부실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청장이 따로 마련된 통로로 들어와 먼저 조문하자 기다리던 사람들은 "뭘 잘했다고 와서 먼저 조문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서울광장 추모제 무산…비석 건립 모금 나서=참여연대 녹색연합 등 44개 시민단체와 4개 종교단체로 구성된 시민추모위원회는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추모제를 열기로 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광장 사용 허가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광장 개방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행정안전부는 노제 행사 등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행사를 허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광장을 둘러싼 경찰 차벽은 계속 유지됐고 광장 주변으로는 경력 6000명이 배치됐다.
정부의 반대에 부딪힌 시민추모위는 추모제를 덕수궁 돌담길 옆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옮겨 진행했다. 추모위 관계자는 "국민들이 함께 슬퍼하며 추모할 공간마저 빼앗았다"며 "부도덕한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터질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 주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됐고 비석 건립을 위한 모금함도 마련됐다.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에는 이날까지 조문객 6만7600여명(경찰 추산)이 다녀갔다.
서울역사박물관에는 오전부터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부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분향소를 방문했다.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역 분향소에는 사흘 동안 총 5만1700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 김해=권지혜 기자,임성수 양진영 기자,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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