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GM대우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놓였다. 파산보호 신청이 임박한 모기업 GM은 GM대우를 지원할 형편이 못되고, 산업은행 등 국내 채권단은 본사의 GM대우 처리 방침이 나온 뒤 자금 투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GM대우가 이른바 '굿 GM'으로 분류돼 GM의 일원으로 남게 되더라도 GM의 글로벌 판매망 축소에 따른 실적 하락과 이에 따른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유동성 부족 상황도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닉 라일리 GM아시아태평양본부 사장 등 GM 경영진은 28일 산은을 방문, 한대우 기업금융본부장 등 실무진과 GM대우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산은이 요구했던 GM대우 지분 추가 인수 건에 대해 라일리 사장은 "지분 매각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기술 라이선스 양도나 호주 엔진공장 이전 등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다만 중장기 자금계획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GM 본사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인 상황에서 양측이 내놓을 카드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앞서 GM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채권단과 출자전환 협상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GM은 270억달러의 채권을 10% 지분과 교환하자고 채권단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상 파산보호 신청 선언만 남겨둔 상황이다.
GM대우는 일단 GM이 파산보호에 들어가더라도 굿 GM에 포함될 것이라는게 업계 분석이다. GM대우는 지난해 내수판매 11만7000대, 수출 76만5000대, 반조립제품(CKD) 수출 102만3000대를 기록했다. GM 전 세계 판매량의 25%를 GM대우가 감당했다. 라일리 사장도 이날 면담이 끝난 뒤 "GM이 파산보호를 받게 되더라도 GM대우는 굿 GM에 속하도록 강력히 추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새롭게 태어나는 GM의 지분 70%를 확보해 대주주가 되는 미 정부가 자국 고용 안정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고, GM이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협상 과정에서 해외공장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하면 GM대우가 버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GM이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GM대우를 굿 GM에 포함시키되 산은의 지원을 전제 조건으로 달거나 아예 분류를 보류하고 향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굿 GM에 포함된다 해도 브랜드 이미지 악화와 판매망 축소에 따른 GM대우의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유동성 위기는 계속해서 GM대우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GM이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한 파산보호에 들어가면 GM대우가 GM으로부터 받아야 할 수출대금은 한동안 묶이게 된다. 여기에 GM대우가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선물환 물량은 월평균 5억달러, 모두 30억달러에 달한다. 산은의 지원 없이 GM대우의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당장 살아남는다 해도 구조조정 등을 통해 GM대우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물량 확보를 위해 GM 내 중국, 미국 공장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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