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잊고 새출발 하고 싶지만…” 교도소 나서면 갈 곳 없는 전과자들

“과거 잊고 새출발 하고 싶지만…” 교도소 나서면 갈 곳 없는 전과자들

기사승인 2009-06-03 17:55:02

[쿠키 사회]‘그 일’이 있기 전까지 이영석(36·사진 오른쪽)씨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작은 회사에 다니며 두 아들을 키우던 평범한 가장이었다. 이씨의 인생을 바꾼 것은 2004년 노인에게 행패를 부리던 술취한 20대 4명과 붙은 싸움이었다. 이씨는 홧김에 옆에 있던 소주병을 깨뜨려 일행 중 한명을 찔렀고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3년6개월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지난해 1월 출소했지만 이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과자’라는 무서운 낙인이었다. 6살, 7살된 두 아들을 생각하면 어떤 일을 해서든 돈을 벌어야했다. 300군데도 넘게 경기도 일대 고물상, 폐기물 업체 등에 취업 원서를 냈지만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이력서조차 쓸 수 없을 때가 많았다. 4년이라는 공백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 일용직 노동으로 하루하루 버티며 찜질방을 전전했다. 차비가 없어 친정에서 지내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러갈 수도 없었다.

이씨에게 희망이 열린 것은 수감 당시 알게 된 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 문을 두드리면서부터다. 현재 이씨는 주거지원대상자로 선정돼 보증금 380만원, 월세 8만원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며 도너츠와 옥수수 등을 팔고 있다. 이씨는 “전과자라고 하면 표정부터 바뀌면서 내쫓기 일쑤였다”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 가슴이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순간 실수로 전과자가 된 출소자들에게 취업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7년 발표한 ‘출소자의 사회적 차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출소자 70.6%가 사회적응 가운데 취업을 가장 어려웠던 일로 꼽았다. 인간관계 회복(42.2%), 전과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데 대한 두려움(53.9%)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치였다.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다시 범죄에 빠져들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정부 지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법무부는 출소자들의 사회 정착을 지원해주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매년 7만명에 이르는 출소자를 관리하고 지원하기에는 예산·인력 모두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공단의 경기 북부지부만 해도 연간 700명이 넘는 출소자들을 대상으로 숙식지원, 취업교육사업 등을 펼치고 있는데도 정부 보조금은 1억원에 불과하다. 직원 5명이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보니 이틀에 한번 야근은 일상이다. 20년간 출소자 지원업무를 담당한 이주환 차장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용기를 내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지만 돈이 없고 사람이 없어 그러지 못할 때 가장 속상하다”며 “공단을 거쳐 사회에 정착한 사람들 재범율은 10% 미만대”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 예산지원을 늘리고 전문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우리사회에서 전과자는 취업 기회는 물론 결혼, 인간관계 모두에서 소외당하기 때문에 이들이 사회에 대한 증오심으로 다시 범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전과자를 사회 안으로 잘 편입시킬 수 있도록 교정기관, 정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권지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