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2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주변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북한과 관련된 미확인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다.
외부세계와 차단돼 사실확인조차 불가능한 북한 내부 움직임을 두고 온갖 설익은 정보들이 떠돌아 다니면서 국민 불안을 과도하게 증폭시킨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한 정보를 놓고도 정부 부처간 발표내용이 제각각이어서 의도된 혼선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미국이 주축이 된 한미연합정보자산과 우리 군이 확보하고 있는 신호 및 영상정보, 인간정보(휴민트) 등을 통해 수집된 정보들을 종합해서 다각도로 고려한 뒤 정부가 정확한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미확인 정보가 난무하자 최근의 북한 동향과 관련된 일부 보도에 대해 경위를 내부적으로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3∼4기 제작했고, 1기는 동창리 미사일기지에, 1기는 평양에 있다는 내용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도 3일 현재까지 미확인 정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3∼4기 제작했다는 것도 정확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거리 미사일 1기가 평양 산음동 병기 연구소에 있는지도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몇 개의 미사일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실전배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미사일을 확보했느냐가 중요하다"며 "적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도 안되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과대포장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
서해안에서 북한이 군사력을 증강했다는 최근 일련의 정보 역시 불확실한 첩보 수준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1일 북한이 서해안 일원에 항해금지구역 설정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군사적인 이유로 취해진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서해 인근에서 북한군 훈련강도가 예년보다 대폭 강해지고 군사장비 일부를 정비하는 움직임은 있었으나 탄약이나 해안포를 2배로 증강한 구체적인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무력도발이 임박했다고 판단할 상황도 아니다"고 전했다.
한편 민감한 정보를 우리 정부가 부주의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은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움직임과 관련, 우리 정부에 대북정보 관리에 유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ICBM 발사 준비 작업 관련 정보가 한국 언론에 자세히 보도되는 데 대해 항의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정보공조가 잘 이뤄져왔는데 최근 미측이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며 "북한 정보는 미국측이 제공해주지 않으면 파악하기 힘든 사안이 많다"고 우려했다. 미국측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동창리로 이동한 사실과 이 물체를 ICBM으로 단정한 것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측은 영변 5㎽ 폐연료봉 저장고의 출입문이 4월 중순 이후 여러 차례 개방됐다는 내용이 보도된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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