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고민에 빠졌다. 물러날 수도, 그대로 앉아 있기도 불편한 상황이 됐다. 더 고민스러운 대목은 사퇴와 유임 어느 쪽도 만족스러운 해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 대표는 5일 최고위원 간담회를 소집해 의견을 청취했다.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다만 박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거취를 통일키로 했다. 공성진 최고위원이 간담회에서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으나, “야당도 아니고 여당이 무슨 비대위냐”는 반론에 막혔다.
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우리 당이 승부처를 맞이하고 있다. 장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말에 열심히 생각하고, 주요 당직자 얘기도 들어보겠다. 얼른 결론이 나오겠느냐. 한 두 번 만나서 되겠느냐”며 답답한 속내도 밝혔다. 박 대표는 특히 “여러분도 근본 문제를 알지 않느냐”며 “원천적 화해 없이는 당이 한걸음도 못나간다”고 말했다. 인적 쇄신, 지도부 사퇴, 조기전당대회 등의 모든 난제들의 핵심에는 친이·친박간 불신과 반복이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당청간 소통, 계파간 화합을 내걸고 대표직에 당선됐으나 결국 두가지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당 내부에서는 박 대표의 존재 자체가 친이·친박간 완충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옹호론도 있다. 그러나 쇄신파의 목소리는 다음주 더욱 거세질 게 뻔하다. 박 대표는 주말 골프 약속도 취소한 채 장고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 4월 재·보선 출마를 고민할 당시, 부인 김행자씨와 함께 경북 예천군 삼강주막에서 최종 불출마 결심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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