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15년전 정덕구 니어(NEAR)재단 이사장(사진)이 재무부 국장급으로 처음 승진했을 때의 일이다. 학교를 다녀온 아들이 엉뚱하게 “아빠! 사장이 높아, 국장이 높아?”라고 물었다. 잠시 머뭇거렸던 정 이사장은 “당연히 사장이 높단다. 좋은 차를 타고 월급도 많이 받으니까. 그치만 아빠는 남들 잘 때 못 자도 더 큰 것을 지키는 일을 하기 때문에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정 이사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재정경제부 차관을 거쳐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그리고는 관직 시절부터 생각해오던 통화체제 개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2007년 1월 니어재단을 차렸다.
정 이사장에 대한 후배 공무원들의 평가는 둘로 나뉜다. 업무에 관한 한 지나치게 엄격했던 ‘버럭 장관’에서 국장 시절 가졌던 업무 소신을 퇴직후까지 이어간 ‘소신있는 선배’라는 평가다. 기획재정부 한 관료는 “성격때문에 적이 많이 생기기도 했지만 장기적인 원화가치 안정을 위한 바람직한 통화체제 개편이라는 숙제를 퇴직후까지 짊어지고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한 선배”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입은 옷이 관복(官服)이면 일종의 성직이다. 5년마다 훑어내고 이래 저래 얻어맞더라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이 공무원의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1급 공무원들의 위기와 관련, “최근 후배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크게 보면 정부와 시장의 역할분담 체제에 관한 문제로 아직까지 최종대부자로서의 정부 역할이 많이 남아 있지만 사회적 신분은 옛 관료만큼 못 받으니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공무원의 사기저하는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료사회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는 민간과 차이가 있다”며 “공무원들이 내가 이거 안해도 월급이 똑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과잉유동성 논란에 대해 그는 “앞으로도 상(금융시장)·하수도(자산·실물시장) 체계 사이에 엇박자가 생길 것”이라며 “돈을 쏟아부은 돈이 자산시장에 투기로 번지고 실물은 다시 얼어붙을 수도 있어 시점을 잘못 맞추면 성장은 안되고 버블만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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