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 동대문구는 지난 1일부터 육아휴직 중인 여성공무원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7일 재택근무자들로부터 한 주간 근무 소감을 들어봤다.
동대문구청 사회복지과 정금정(33·여) 주임은 “아이들 돌보면서 일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정씨는 두달 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 지난달 구청으로부터 재택근무 제안을 받고 손 놨던 일을 다시 잡았다.
정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들과 다섯살 난 딸을 두고 있다. 그동안 아이들은 보육시설에 맡겼다. 정씨는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특히 큰 아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큰 아들 민석이는 엄마 손을 덜 타며 자라서 그런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의사표현이 없는 편이다. 혼자서는 엘리베이터도 못 탄다. 정씨는 “그동안 회사 다니는걸 두고 별 말 없던 아이가 ‘엄마 아침에 안 나가니까 너무 좋다’고 말해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매일 오전 남편이 출근한 뒤 민석이와 둘째를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10시쯤 일을 시작한다. 서너시간 업무에 몰두한 뒤 오후 2시쯤 둘째를 데려오고, 학교에서 돌아온 민석이를 학원에 보낸다. 오후에는 아이들 돌보며 틈틈이 일한다. 정씨의 업무는 한시생계보호자 조사와 차상위 정부양곡 할인지원 사업. 그는 “근무시간이 탄력적이라 오후에 못 끝낸 일은 아이가 잠자리에 든 10시 이후에 하기도 한다”며 “1일 업무량을 하루동안 틈틈이 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민원여권과 이혜림(31·여)씨도 8개월 된 딸을 돌보며 일할 수 있는 재택근무를 크게 반겼다. 육아휴직(월 50만원)과 달리 본봉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점도 재택근무의 큰 매력이다. 이씨는 “시간외수당을 빼고 월급을 거의 다 받을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타격이 없다”며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더 꼼꼼히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재택근무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아직 재택근무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도 많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과 제대로 근무하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앙행정기관 등에서는 재택근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중앙부처 가운데 처음 재택근무를 도입했다가 현재 중단한 상태다.
동대문구는 6000만원을 들여 자료유출방지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보안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정씨와 이씨는 “매일 업무보고를 올리고, 1주일에 한번은 구청에 출근해 업무를 확인한다”며 “집에서 업무를 보는 동안 타 사이트로의 인터넷 접속은 아예 차단된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는 저출산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부작용을 최소화할 경우 효과적인 정책으로 확대될 수 있다. 동대문구가 이를 실시하면서 서울 자치구는 물론 지방 지자체에서도 문의를 할 정도다.
동대문구 정책기획담당 길춘만씨는 “개인정보 유출시 페널티를 강화하고, 재택근무용 업무를 발굴하는 등 재택근무를 계속 확대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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