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지난 6일 충북 청원군 한국교원대 교양관에서 열린 ‘초등수학교육 연구와 실제’ 수업에선 교수와 학생들이 ‘초등학교 수학교육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학생들은 실제 초등학교 수업과정을 녹화한 40분짜리 영상물을 지켜본 뒤 수업방식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학생들은 수업 내용 뿐 아니라 초등학생들과 교사의 몸짓과 태도 등도 유심히 살폈다.
영상물 시청이 끝난 후 한 학생은 “초등학생 중 일부가 딴 짓을 하고,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것은 수업 방식이 단원의 내용과 영역 중심으로 단조롭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 ‘전달식 교수법(敎授法)’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학생은 “우리나라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좋은 것이 아니고 교사에게 편리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초등교육과 4학년 학생들의 강의를 맡은 방정숙 교수는 이번 학기부터 수업방식을 확 뜯어고쳤다. 이전에는 이론수업에 치중했지만, 올해는 파워포인트 자료는 물론 실제 수업사례를 13개나 녹화해서 강의에 사용했다. 초등학교 교사·학생들과의 면담도 수시로 실시했다.
방 교수는 실제 수업 사례를 학생들에게 보여준 후 학생들이 느낀 소감을 적어 이 소감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 교수는 “학생들이 실제 수업사례를 보면서 찾아낸 문제점을 분석하고 더 나은 수업 이론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참여와 호응이 높다”고 자평했다.
교원대는 유치원, 초·중등 교사를 통합 배출하고 교육하는 국내 유일의 종합 교원양성 대학이다. 또 교장 자격·직무연수 등 현직 교원 연수와 교육연구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대학이다.
이같은 교원대가 올해부터 교원 양성 과정에서 새로운 실험에 들어갔다. 모든 강의에 ‘교실친화적 교원양성’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 교단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또 학생의 강좌선택권과 교수의 강좌개설권을 보장하고 있다. 필수과목 제도도 없앴다. 학생은 필수 과목이 폐지됨에 따라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마음껏 들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학생들은 교양과정의 경우 필수과목 6학점, 선택과목 15학점을 들어야했지만 올해부턴 필수·선택 과목 없이 21학점을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다.
초등교육과 2학년 이현경(20·여)씨는 “수학에 대해 흥미가 많았지만 작년에는 교양필수 과목이 있어서 듣고싶은 과목이 있어도 물리적으로 들을 수 없었다”면서 “강좌선택권이 있는 만큼 내가 흥미 있는 강의나 수업 내용이 참신한 강의를 더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원하는 강좌를 자유롭게 개설할 수 있다. 비슷한 인접 학문에 대한 강좌를 개설할 수 있는 ‘학과(전공)간 강좌 개설도 도입됐다. 물리학과 교수가 물리 교육학을, 광학을 전공한 교수가 물리학 강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설된 강좌의 성공여부는 학생들의 강의 평가가 좌우한다. 교수평가 결과는 매년 성과급과 승진 등에 반영된다.
강좌선택권이 실시된 이후 교수들의 강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최근 ‘인구변동과 미래사회’라는 강의에선 담당 교수가 다른 교수들을 불러모아 한국의 미래사회를 경제학적 관점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설명해 한 주제에 대해 폭넓은 사고를 가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류희찬 기획처장은 “학생들의 실력이 교수를 능가할 수는 없겠지만 강의에 임하는 교수들의 실력과 자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강의평가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됐다”면서 “이를 통해 교수들의 강의 질이 향상되고 있으며 교실친화적 교원양성시스템 도입과 함께 예비교사들의 가르치는 능력을 길러주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원=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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