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한나라당이 6·10 범국민대회를 고비로 ‘조문 정국’에서 벗어나 ‘정상 정국’으로 회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계속돼온 조문 분위기가 6·10을 계기로 한풀 꺾일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또 6월 임시국회 공전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고, 북핵 위기 등 국내·외 현안들에 집중해야 한다는 명분론도 더해졌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10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박희태 대표는 “6·10 항쟁 정신을 이어가는 것은 좋지만 과거 회귀식 투쟁 일변도는 시대착오적 생각”이라며 “거리정치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칠 때 비로소 6·10 항쟁 정신이 빛나게 된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비정규직법 미디어법 등 각종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민주당이 길거리 정치를 하려한다”며 “민생경제보다 사회갈등을 부추겨 정국 주도권을 잡아보려는 정략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정몽준 최고위원 역시 “민주당이 장외로 나가서 얻고자 하는 것이 6·10 항쟁시 국민이 바라던 민주주의의 모습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석에서만 흘러나오던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공개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주성영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노 전 대통령의 삶과 죽음을 생각함’이라는 글을 올렸다. 주 의원은 “일국의 최고권력자를 지낸 사람이 가족들이 부정한 돈을 받은 게 부끄러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이는 자신만의 도피일 뿐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냉혹하고 무모한 승부수일 뿐”이라고 썼다.
당 고위관계자는 “무한정 조문 정국에 발목이 잡혀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는 이러한 정국반전 시도에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표출된 국민들의 요구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칙론만 강조할 경우 더 큰 국민적 저항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우성규 기자 dynam@kmib.co.kr
◇6월 항쟁이란
1987년 연인원 500만명 이상이 참가해 20여일동안 전개한 전국적인 반독재 민주화 투쟁이다. 직선제 대통령제를 이끌어냈으며, 우리 사회 곳곳의 민주화를 진작시키는 계기가 됐다.
같은 해 1월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과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개헌논의 중단 조치인 '4·13 호헌 조치'가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야당과 종교계, 재야단체 등은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한 뒤 6월10일 전국 18개 도시에서 '박종철군 고문치사 조작 규탄 및 호헌 철폐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대회 전날 연세대생 이한열군이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다치면서 시위의 불길이 전국적으로 번져 나가게 됐다. 이한열군은 한달 뒤 사망했다. 시위가 6월 말까지 확산되자 노태우 당시 집권당 대표가 직선제 개헌 등의 시국수습책인 6·29선언을 발표하게 됐다. 6월 항쟁은 이후 7·8·9월 노동계 대투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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