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장애인 전문 축구학교 ‘대한해오름’ 개교

최초 장애인 전문 축구학교 ‘대한해오름’ 개교

기사승인 2009-06-14 17:02:01

[쿠키 스포츠] 14일 오후 서울 구의동 아차산배수지 체육공원 내 풋살경기장 벤치. 햇볕에 그을린 아들의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주는 어머니의 손은 분주했다. 이혁기(18·지적장애)군은 땀을 닦는 잠깐 사이에도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엄마! 역시 공부보다는 축구가 훨씬 좋아.” 박지성 선수 처럼 왼쪽 미드필더로 국가대표가 되고싶다는 이군의 밝은 표정에 어머니 이모(48)씨도 말없이 미소 지었다.

대한장애인축구협회 부설 대한해오름 장애인축구학교에 50명의 입교생과 학부모 등이 모여 개교식과 함께 첫 공식 연습을 가졌다.

첫 훈련에 참여한 이군을 지켜본 어머니 이씨는 “1년 전쯤 동네 조기 축구 참여했는데 아들이 축구를 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은 목소리”라며 “목소리가 커지고 매사에 자신감을 보여 뭐든 열심히 하고, 사교성도 좋아져 친구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군은 “(조기 축구회)아저씨들하고 공 차면서 많이 배웠지만 여기는 친구들도 많고, 유명한 분들에게 지도를 받게 돼 더 좋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중구난방식으로 이뤄지던 장애인 축구교실이 처음으로 통합돼 매주 일요일 한 자리에 모여 훈련을 한다.

해오름 축구학교의 코치진은 국가대표급으로 구성돼 있다. 전 국가대표선수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지냈던 박경화 총감독, 20세 이하 국가대표팀의 전력 분석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정원 전 국가대표 선수까지 12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강습은 12개의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이뤄진다. 연령별로 호랑이반(7∼12세), 사자반(13∼19세), 독수리반(20세 이상)으로 나뉘며, 장애 유형별로 시각, 청각, 뇌성마비, 지적장애 등 소그룹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강습을 받는다.

내년 3월까지 1차 교육기간을 갖게 되며 총 1개 기수당 교육기간은 총 3년이다. 교육을 수료하면 소질에 따라 국가대표나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게끔 협회가 지원한다. 교육기간 중에도 입교는 언제든지 가능하며 유니폼 등 모든 비용은 무료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연습을 마치고 모두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 첫 훈련은 열악한 장애인 스포츠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넓은 운동장을 마련할 수 없어 비좁은 풋살구장에서 수십 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운동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 축구의 특성상 인조잔디 구장이 필수적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대한장애인축구협회 김성일 회장은 “국가대표 선수들도 연습하고 경기할 공간이 없어 서울, 경기 등 지방을 유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라며 “기숙사 딸려있는 전용 연습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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