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못믿겠다” … 브릭스 등, 美 통화 패권에 도전

“달러 못믿겠다” … 브릭스 등, 美 통화 패권에 도전

기사승인 2009-06-14 21:00:01


[쿠키 경제] 미국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 거세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는 보유 미국채를 팔아 치우고, '초국가 통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도 내년 회원국간 결제통화로 달러 대신 지역통화 출범을 준비 중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통해 미국 경제와 달러 안정성에 회의를 품은 각국들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통화체제 개편에 돌입한 것이다.

◇중동의 칼리지에서 남미 수크레까지=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자는 브릭스 국가들이다. 브릭스 정상들은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초국가 통화 창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브릭스 국가들이 초국가 통화에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배경에는 공통된 고민이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눈부신 성장 속도를 뽐내며 부를 축적해온 이들 거대 신흥국가들은 미국채 등 관리가 손쉬운 달러자산 위주로 투자했다. 그러니 미국발 금융위기가 달가울리 없다.미국과 달러가 흔들리면서 오히려 자국 경제의 변동성마저 증폭되자 단일 기축통화체제의 공백을 대체할만한 초국가 통화 필요성에도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14일 "달러화에 연동된 각국 통화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해당국의 실물경제 불안도 커졌다"며 "중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대체 주장이나 위안화 사용범위를 넓히고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는 움직임도 달러화 대체를 위한 수순인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역별로 추진중인 초국가 통화들로는 걸프협력협의회(GCC) 소속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단일통화인 칼리지외에 중앙아시아의 아크메탈, 남미의 수크레, 메르코수르 등이 있다.

◇통화 패권이동 어떻게 전개되나=전 세계에 걸쳐 지역별 초국가 통화 논의가 진행중이지만 달러를 대체할만한 수준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과 러시아 등도 초국가 통화 논의와 별개로 결제수단으로서의 자국 통화영역을 인접국가와 교역국가로 넓히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국제금융센터 김용준 상황정보부장도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체제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시하면서도 세게 나가지 못하는 것은 기축통화를 무력화할 경우 대체할만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인식때문"이라며 "자본시장의 개방 정도나 위안화 등 주요 화폐의 태환 정도 역시 현재 수준에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권력이동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통화 패권이동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IMF 발행 채권 500억달러어치 매입 계획을 밝힌데 이어 브라질과 러시아가 각각 100억달러어치의 IMF 발행 채권 매입을 추진하는 것 역시 미 국채의 불안정성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엄청난 국채 발행으로 달러화가 장기적으로 약세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외화자산으로 막대한 미 국채를 보유한 브릭스 국가를 중심으로 채권국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를 해달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해 달러화 위상이 지나치게 빠르게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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