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노동계 하투(夏鬪) 동력이 소진됐다. 하투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화물연대는 15일 총파업을 접었다. 파업 닷새 만이다. 파업다운 파업도 하지 못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정치성 파업이 지지를 받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속노조 산하 최대 조직인 현대자동차지부는 상급노조의 마찰 및 노조 내 노선갈등으로 임·단협 중 윤해모 노조위원장이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자중지란 상태다. 다음달 총력 투쟁을 예고한 민주노총은 내부의 역풍에 위기를 맞고 있다.
5일 만에 깃발 내린 화물연대
화물연대는 이날 대한통운과의 교섭에서 해고자 원직복직 등 주요 내용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계약 해지자 38명을 지난 3월15일 이전 근무 조건으로 되돌리는 데 합의했다. 또 복귀 후에는 사측으로부터 어떠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화물연대가 이처럼 빨리 파업을 종료한 것은 투쟁 동력을 상실해 파업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파업이 고유가로 촉발된 ‘생계형 파업’으로 30여만명에 이르는 비조합원의 참여를 끌어냈던 것과 달리 이번 파업은 화물연대의 실체 인정이라는 정치적 성격이 커 폭넓은 참여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또 범정부 차원의 강경 대응 방침도 파업을 조기 종결시키는 데 일조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운송거부에 참가한 차량은 11일 46대, 12일 58대를 기록했을 뿐 13일과 14일은 운송 거부 차량이 아예 없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의 서명주체가 화물연대가 아닌 대한통운 광주지부 택배분회인 것에서 알 수 있듯 화물연대 실체 인정을 둘러싼 문제는 언제든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약해진 노동계 투쟁동력
현대차 윤해모 노조위원장은 이날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임·단협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의를 밝히긴 처음이다. 윤 위원장의 사퇴가 확정되면 노조 규약에 따라 노조 집행부도 총사퇴해야 한다.
윤 위원장의 사의표명은 상급단체와의 갈등 및 노조 내부의 세력다툼이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련은 현대차 지부에 하투 조석 참여를 종용하고 쟁의조정 신청을 내라는 지침을 하달했으나 현대자 노조는 이를 따르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금속노련과 갈등을 빚었다.
또 올 임·단협 과정에서 핵심 안건인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등을 놓고 노조 내부의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현 노조 집행부를 배출한 현장조직인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가 주간 2교대제 세부 시행 방안을 놓고 집행부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윤 위원장이 사퇴할 경우 지난 4월말부터 진행되고 있는 현대차 임·단협은 큰 차질이 불가피하고 다음달로 예정된 민주노총 투쟁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많다. 다만 쌍용차 문제, 비정규직 법안 처리 여부 등 노동계의 휘발성 높은 현안들이 산적한 만큼 하투의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김현길 기자,울산=조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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