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 ‘촉각’…정부, 재정건전화 계획 비상

하반기 경기 ‘촉각’…정부, 재정건전화 계획 비상

기사승인 2009-06-16 17:59:03

[쿠키 경제] “두려움 반, 기대 반.”

하반기를 앞둔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의 심경이다. 그가 말한 두려움과 기대의 공통분모는 하반기 경기 흐름과 재정건전성이다. 경기 급락세 저지를 위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47.5%나 많은 돈을 투입한 상황에서 하반기 실물경제가 다시 삐걱거릴 경우 재정여력이 빠듯하다는 인식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2014년에도 실질적인 재정건전성 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위기 전후 재정환경 비교=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문제의 원인이 다르듯 정부 대응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공공근로사업 등으로 재정을 풀긴 했지만 이번 위기에 비해 재정 지출이 적은 대신 경기 악화로 인한 세금 수입 감소폭이 컸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에 국한된 유동성 위기인 탓에 경기 회복도 빨랐고, 투명해진 기업 회계와 카드 사용 등으로 세금도 많이 걷혀 당초 예상보다 균형재정으로 복귀하는 시간도 단축됐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다르다. 집권 초기부터 감세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명박 정부가 경기침체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까지 늘리면서 수입은 크게 줄고, 지출은 늘려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조세연구원 박형수 재정분석센터장은 “재정악화 속도면에서 외환위기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더구나 글로벌 위기로 경기 회복력도 시원찮은데다 과거처럼 카드 등 과표 양성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 세출 억제를 서둘러야 재정악화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도 하반기 추가 재정투입여력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올 상반기 본예산 156조1000억원, 추가경정예산 4조7000억원 등 160조8000억원 집행에 이어 하반기 111조9000억원으로 정부지출이 줄어드는 부분을 실물부문이 메꿔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여력이 없어 민간분야의 활력이 살아나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 회복시점 암울=최근 IMF는 한국 정부가 2014년쯤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사회보장성기금 흑자를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국민연금의 연간 흑자폭이 2∼3%임을 감안하면 실질적 의미의 균형재정은 이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재정 긴축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비관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미 여러가지 국책사업을 약속한데다
감세를 주요한 정책 방향으로 선언한 터여서 이를 뒤집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내년 세출을 올해보다 줄이기로 결정한 데이어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해 올해 301조8000억원으로 치솟은 예산을 5%가량 삭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성장률 회복으로 인한 세수 자연증가분만으로는 균형재정 도달 목표(통합수지 기준 2012년)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재정 적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조세감면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김원철 기자
danchung@kmib.co.kr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정동권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