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패션모델’ 정한영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등산복 모델이죠”

‘80세 패션모델’ 정한영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등산복 모델이죠”

기사승인 2009-06-19 16:51:03


[쿠키 사회] 1930년생, 나이 팔십의 노인이 등산복 모델이 됐다. 서울대와 한림대에서 통계학 교수를 지냈고, 지금도 주1회 가천대에서 강의를 하는 정한영씨.
지난 18일자 조간신문에 실린 아웃도어전문브랜드 밀레(MILLET)의 광고모델이 바로 그다.

밀레의 한형석 홍보팀장은 19일 “우리 회사도 이렇게 나이 든 모델을 쓰는 것은 처음”이라며 “정 교수님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등산복 모델일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는 붉은색 두건과 검정 선글라스, 노란색 플라스틱 시계를 차고 꽂꽂하게 선 정씨의 전신을 보여준다. 정씨의 배꼽 밑으로 수묵으로 그린 산들이 놓였고, “인생은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란 광고카피가 시선 옆으로 흐른다. 얼굴에는 턱 밑 주름살이 보인다. 그러나 너무나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이라서 전신 사진 하단에 조그만 글자로 쓰인 ‘산악인 정한영(80세)’를 보기 전까지는 모델의 나이가 80세라고 믿기 어렵다.

한 팀장은 “팔십이라면 비행기 타는 것조차 힘겨워할 나이지만 정 교수님은 지금도 해외 등반을 다니신다”며 “원래 패션이 스타일리시하신 분이고 키도 크셔서 기대 이상의 사진이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본래 88세 산악인을 광고모델로 쓰려고 했다고 한다. 올해 창립 88주년에 맞춰 88세 산악인을 생각해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국내에서 88세 현역 산악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80세 정씨가 선택된 것이다. 정씨는 “모델은 난생 처음 해본다”며 “그 회사에 아는 사람도 있고 좋은 의미가 담긴 광고라고 해서 (모델을)해주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4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아마추어 산악인이다. 지금까지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등을 3000회 이상 올랐고, 마칼루나 마나슬루 등 해외원정도 14차례나 다녀왔다. 1964년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교수에 임용됐는데, 교수 생활 3년만에 결핵에 걸려 치료차 산에 다닌 게 시작이었다. 그동안 허리디스크 수술도 두 번이나 했다. 정씨는 “세상 모든 게 그런 것처럼 건강도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다”면서 “병이 있다고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병을 친구 삼아 같이 살자고 생각하니까 맘이 편해요. 어차피 떼놓을 수 없는 것 아니예요? 저도 다리가 좀 거북하지만 참아요. 저보다 더 거북한 사람들도 있을텐데 뭘, 그러면서.”

그는 산을 오르는 이유에 대해 “무언가를 정복한다는 생각은 없다”며 “도시생활은 복잡한데 자연이 품에 안아주니까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클린마운틴후원회 회원이기도 하다. 히말라야에 갔다가 클린마운틴운동(산을 보호하기 위해 등반 폐기물을 청소하는 운동)을 펴는 전문 산악인 한왕용 대장을 만나 후원회에 참여하게 됐다. 후원회는 60∼70대 은퇴자들이 주축인데, 정씨가 최연장자다. 회원들은 매년 두 차례씩 자비를 들여 외국으로 산 청소를 하러 다닌다.

정씨는 20일 동료들과 함께 유럽의 몽블랑으로 떠난다. 20일 정도의 여정이 될 전망이다. 정씨는 “사람은 나태해지면 안 된다”며 ”나이를 먹을수록 핑계를 대는 습관이 있는데 그런 걸 뿌리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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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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