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모든 차(車)는 매력적이어야 한다. 달리는 물체인 만큼 속도 지향적이어야 한다. 아름다운 차를 갖고 싶은 소비자 욕구를 채우고, 감성적으로 자극해 구매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자동차 디자인의 '보편성'에 대한 오석근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의 '철학'이다.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디자인 연구를 총괄하는 오 전무는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차 디자인 철학을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라고 소개했다.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총괄책임자가 이끄는 기아차는 '직선의 단순화', 도요타 렉서스는 'L-피네스' 등 공식화된 디자인 콘셉트가 있지만, 현대차 디자인을 대변하는 조형 언어가 공개되긴 처음이다.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직역하면 '유기적 조각' 정도가 되겠지만, 오 전무는 번역을 꺼렸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조각적 조형' '유기적으로 흐르는 매끄러운 조형' 등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3년전 NF쏘나타 후속 모델 개발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디자인의 메인스트림 영역을 넘어서는 현대차만의 독자적 색깔과 성격을 부각시키는 디자인 개발에 중점을 뒀다"며 "그 결과물이 플루이딕 스컬프처"라고 말했다.
오 전무는 이를 동양화 사군자의 '난'에 비유했다. 난은 유려하고 경쾌하면서 줄기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다. 즉 직선과 곡선, 과거·현재·미래, 정숙함과 세련됨이 융합된 이미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측면에서 현대차 디자인팀은 난이 만들어내는 미학을 자동차로 옮기는 데 주목해왔다고 한다.
제네시스와 에쿠스에 이 철학 일부가 반영됐다. 그러나 플루이딕 스컬프처가 구체화된 첫 차는 올 하반기 출시되는 쏘나타 후속 YF(프로젝트명)다. 오 전무는 "제네시스와 에쿠스는 '맛보기' 수준"이라며 "YF는 가장 현대차적이며, 디자인으로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차"라고 강조했다.
YF의 디자인은 매끄럽고,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4도어 세단이면서도 기존 NF쏘나타가 직선 위주의 각진 외형이었던 것과 달리 차체 뒷 라인이 속도감 있게 떨어지는 쿠페형 모습을 갖췄다. 오 전무는 "쏘나타의 전통을 이어받아 패밀리카의 쓰임새를 전혀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극대화하려 했다"며 "지금까지 봐왔던 보편적 중형 세단과는 차별화된 모델"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중형차급 시장에서 가장 센세이셔널한 것으로 평가받는 포드 토러스 1세대가 1980년대 중반 출시됐을 때와 마찬가지의 임팩트를 YF가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YF 이후 출시될 투싼과 베르나 후속 등에도 플루이딕 스컬프처가 일관되게 표현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것이 획일적 '패밀리 룩' 체제로 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는 "패밀리 룩이라는 것은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로 추구하는 방식으로 문화적 전통을 중시하고 통일된 이미지를 선호하는 유럽식 논리"라며 "우리는 감성적으로 통일된 조형적 틀 안에서 다양함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전략 차종 위에둥(중국형 아반떼), 인도 특화 차종인 i10 등은
현지에서 쾌거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것이 현대차의 '시장 최적화 디자인'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오 전무는 "과거의 현대차는 열심히 쫓아가면 됐지만 이제 선두 대열에서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입장"이라며 "경쟁사와 차별화하고, 제품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과정의 중심에는 디자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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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 발언 어떻게 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