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병원 지방환자가 절반…지방 중소병원 줄도산 위기

4대병원 지방환자가 절반…지방 중소병원 줄도산 위기

기사승인 2009-06-22 17:46:01

[쿠키 사회]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는 김모(62)씨는 충북 단양에 살고 있지만 한 달에 한 번꼴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는다. 김씨는 2005년 사는 곳 근처 병원에서 당뇨와 고혈압 진단을 받았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아들과 함께 아산병원을 찾았다. 이후 김씨는 4년째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진료가 있을 때마다 단양서 서울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큰 병원이 믿음직스럽다”는 이유로 굳이 먼 걸음을 하고 있다.

김씨처럼 지방에 살면서도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가 전체 환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연대신촌세브란스병원 등 서울 소재 4대 대형병원의 2007년 환자 가운데 48.5%가 지방 환자라고 22일 밝혔다. 이들 병원은 입원 가능한 병상 수가 1600∼2400여개씩 되는 초대형 병원이다.

4대 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은 외래진료에서도 현저히 드러난다. 4대 병원의 2005∼2008년까지 외래진료 부문 진료비 증가율은 58.8%로 전체 요양기관의 외래 진료비 증가율 28.3%의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4대 병원에서 외래진료 일수가 가장 많은 병은 암으로 조사됐고 이어 당뇨, 본태성(원인 불명의 1차성) 고혈압, 만성바이러스 간염, 감기 순이다. 당뇨나 고혈압, 감기 등은 증상의 경중에 따라 동네 병의원에서 관리할 수 있다.

반면 지역 중소병원은 경영난으로 적자에 허덕이거나 도산에 이르기도 한다. 병원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병상 규모 100개 이하인 소규모 병원 도산율은 9.3%에 이르렀다. 병상수가 100∼199개 규모 병원은 도산율이 6.2%, 200∼299개 규모 병원은 3.1%, 300개 이상 규모 병원은 2.8%로 나타났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조사한 2005∼2006년 지역별 중소병원 당기순이익 현황을 보면 지방 중소병원의 순이익은 1년 동안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고, 특히 강원 경기 대구 충남의 경우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면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같은 환자 쏠림 현상으로 인해 고급 의료 자원은 계속 서울의 대형 병원에 집중되고, 환자들은 불필요한 경우에도 대형 병원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이는 결국 의료 이용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비용 증가는 환자와 가족이 감당해야 한다.

이에 대해 건보정책연구원 정우진 원장은 “환자들이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치료가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동네 의원 의사들을 주치의로 정해 주기적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종합 병원을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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