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이면 토익 900 보장”…휴대전화 문자로 답 알려주고 돈 챙겨

“300만원이면 토익 900 보장”…휴대전화 문자로 답 알려주고 돈 챙겨

기사승인 2009-06-23 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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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토익문제의 답을 실시간으로 전송해주고 돈을 받은 일당과 전송받은 답으로 고득점을 얻은 수험생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취업과 승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토익점수가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007년 W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모(42)씨는 같이 복역하던 박모(31)씨가 미국에서 27년간 거주해 영어에 능통하고 한때 영어강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출소 뒤 토익시험으로 돈을 벌어보자며 접근했다. 이미 한차례 토익 부정 행위를 저지른 경험이 있는 김씨는 '노하우'를 박씨에게 전수해줬다.

이들은 계획대로 출소 뒤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 '토익 고득점 보장'등의 글을 올려 수험생을 모집했다. 게시글을 보고 연락한 사람들을 직접 면담해 가족 중 경찰이 있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꼼꼼하게 파악했다. 시험 전날엔 범행 연습차 모여 답안 190개를 문자메시지로 주고받는 치밀함도 보였다. 정답이 일치하면 발각될 것을 우려해 191∼200번 문제는 각자 풀기로 했다.

시험 당일 박씨는 가로 3㎝, 세로 2㎝ 크기의 무선 차임벨을 왼쪽 소매에 숨기고 들어가 문제를 풀면서 답안 번호 숫자만큼 버튼을 눌러 김씨에게 정답을 전송했다. 고시장 인근에 대기하던 김씨는 박씨가 보내온 정답을 정해진 시간대에 10∼50문항씩 묶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수험생에게 재전송했다.

수험생들은 긴팔 남방셔츠 왼쪽 소매에 휴대전화를 숨긴 뒤 4㎝가량 구멍을 뚫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멀쩡한 팔에 깁스를 하고 석고 일부를 절단해 휴대전화를 숨기고 들어간 수험생도 있었다. 또다른 수험생은 김씨가 무전기로 불러주는 답을 목걸이 형태의 안테나와 초소형 이어폰을 통해 직접 듣기도 했다. 교묘하게 장비를 숨기고 들어간 이들 앞에서 감독관은 속수무책이었다.

이렇게 답을 받아적은 수험생들은 500점 전후였던 토익 점수가 900점대로 급상승했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로 취업준비생이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회사원 9명, 대학생 6명이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한국 토익위원회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김씨와 박씨를 구속하고, 수험생 주모(24·여)씨 등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월22일∼5월31일 실시된 194∼197차 토익시험에서 문제의 답을 알려주고 수험생 1인당 200만∼300만원의 사례비를 받는 등 28명으로부터 5000만원을 챙겼다. 경찰은 "2월 이전에 치러진 토익시험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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