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5000명 어르신의 손자 박한욱씨,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

종로구 5000명 어르신의 손자 박한욱씨,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

기사승인 2009-06-28 15:59:01

[쿠키 사회] “우리 손자 왔어?”

80세를 훌쩍 넘긴 할아버지가 주름진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박한욱(30·사회복지사·사진)씨를 반겼다. 6개월만의 해후였는데도 자신을 잊지 않았다는 게 박씨를 기쁘게 했다. 서울 종로구 경로당 5000여명 어르신들의 아들이며 손자인 박씨가 제66회 새내기사회복지상을 받게 됐다.

종로구노인종합복지관 막내 사회복지사인 박씨와 종로구의 한 경로당 터줏대감 할아버지는 2년 전쯤 치매예방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넉넉한 몸피에 사람 좋은 웃음을 가진 박씨는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치매예방 체조를 알려드렸다. 노인들은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이 체조를 따라했다. 어르신들은 유쾌한 박씨를 늘 반갑게 맞았다.

몇 달 뒤부터 할아버지 한 분이 경로당을 나오지 않았다. 박씨의 마음 한 켠엔 언제나 할아버지에 대한 걱정이 자리했다. 그 할아버지가 6개월만에 돌아왔다. 아들이 있는 미국에 다녀왔다는 할아버지는 “우리 손자(박씨)가 알려준 체조,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았어”라며 몇 개 남지 않은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

박씨는 사회복지사로 살아가는 기쁨은 바로 이런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르신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이 분들이 외롭지 않고 활기차게 노년을 보내는데 우리같은 사회복지사들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 같다”며 “이런 보람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12월 사회복지사로 첫 걸음을 뗀 박씨는 노인복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치매예방 오감만족’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건강 관리와 식습관 개선을 위한 교육, 치매예방 체조 등 레크리에이션 활동, 전문가 면담 등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경로당 노인들의 큰 호응을 얻어냈다. 종로구에 위치한 기업들과 경로당을 연계해 ‘1사1경로당 지킴이’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박씨의 아이디어 덕에 벌써 3년째 대기업 직원들이 경로당을 찾아 사진 촬영, 야외 나들이, 삼겹살 파티 등을 함께 하고 있다.

대학생 시절 박씨는 없어질 위기에 처한 노인봉사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면서 전공 분야를 정했다. 그는 10년동안 현장을 누비면서 노인들을 섬기고 살아있는 경험을 쌓아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디즈니랜드보다 멋진 사회복지관을 만드는 게 박씨의 꿈이다. 나중에는 대학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겠다는 계획도 있다. “현장 경험이 교육으로 이어져야 사회복지 현장이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게 박씨의 철학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문수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