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한국경제 전망이 극심한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경쟁적으로 성장률을 낮췄던 IB들이 부랴부랴 상향 조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위기 국면인 탓도 있지만 비관은 깊게하고 낙관을 키울수록 투자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IB들의 생리도 '냄비 전망'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릴린치는 1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1.2%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까지 -0.2%의 전망치를 고수했던 메릴린치는 올들어서만 세차례 수정을 통해 -3.6%까지 내렸던 전망치를 다시 -1%대로 올렸다.
지난달 BNP파리바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4.1%포인트나 조정해 -1.5%로 고쳤고, 노무라증권도 올초 -6%를 내놓은 후 두차례 수정을 통해 전망치를 -1.0%까지 끌어올렸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4.5%까지 끌어내렸다가 다시 -1%대로 끌어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등 다른 IB들도 성장률 상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내로라하는 IB들이 급격한 성장률 조정에는 다급함마저 묻어난다. 당초 전기 대비 0.7% 내외의 성장을 예상했던 2분기 한국 경제가 1% 후반대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의 전망치도 -2% 안팎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심리를 부추겨 이익을 챙기려는 글로벌 IB들의 속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덕룡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IB들이 추세와 반대방향으로 갈 수는 없지만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기대심리를 몰고 갈 수는 있다"며 "영리 목적의 IB 특성상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경기 변동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어 이들은 전망을 액면 그대로 믿기 보다는 추세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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