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10부의 이종광(사시 36회) 판사는 1일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상의 모욕행위에 대한 규제’라는 글을 통해 “사이버 모욕행위를 반의사불벌죄로 처벌한다는 사이버 모욕죄 법안은 수사기관이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미리 판단해 공권력을 발동하겠다는 의도”라며 “한 마디로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기도 전에 국가가 ‘평균인의 시각’에서 피해자가 모욕감정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수사·처벌하는 법규는 세계 형벌 입법에 유례가 없는 ‘기이한’ 법률이라는 설명이다.
이 판사는 기존 판례, 해외 입법 사례,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통계 등을 동원해 사이버 모욕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사이버 모욕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려는 목적은 ‘국가형벌권의 행사 가능성 확대’에 있다”며 “이 규정은 속성상 정치인과 같은 적은 범위 사람들의 명예감정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수단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표현 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정보통신망법에 사이버 명예훼손행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신설됐지만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는 2003년 4991건에서 2007년 1만2905건으로 158.6% 늘었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사이버 모욕죄가 입법화되면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키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뒤에서 잡아당기는 악역을 맡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판사는 2005년 수원지법에서 친일파 이근호의 후손이 제기한 토지환수 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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