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비정규직 관련법의 기간제한 조항이 효력을 발휘하자 덩치가 큰 공기업과 병원이 먼저 기간제 근로자 해고에 나섰다. 한국토지공사가 최근 145명을 계약해지했고, 대한주택공사도 2일 31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병원 중에서도 한국산재의료원, 보훈병원 등 공기업이 앞장섰다. 보훈병원은 지난달 30일자로 서울 부산 광주에서 근무하는 조리사, 행정기능직, 시설기능직, 간호조무사 등 모두 23명을 계약해지했다. 한국산재의료원 역시 지난달 30일자로 비정규직 28명을 해고했다. 왜 이들 업종에서 해고사태가 두드러질까.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이런 곳은 인원을 정부에서 직제를 통해 정규직 몇 명, 비정규직 몇 명 같은 식으로 정한다”면서 “노조는 임금을 양보해서라도 정규직으로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공기업 사장 입장에서는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공기업 정원 축소, 공기업 선진화 방안 등과 맞물려 인원은 줄이면서 인턴을 채용하라고 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예산과 인력을 거의 일률적으로 10% 절감하라는 부담이 비정규직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비정규직 확산을 막기 위해 공공부문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공공기관비정규직대책위원회(공비대)와 실무추진단을 출범시켰다. 공비단은 그 해 경제부처의 반대를 뿌리치고 공공기관에서 식당조리원, 시설관리, 우편물 분류 등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7만186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케 하는 데 성공했다. 목표대비 전환율은 96%였다.
그러나 새 정부들어 공비대는 공기업 선진화계획이라는 난관에 부닥쳤다. 지난해 정규직 전환 실적은 1만6950명에 그쳤고, 목표대비 전환율은 88%였다. 공비대 실무추진단은 지난달 말 노동부 고용차별개선정책과로 통합됐다. 사실상 해체된 것이다. 실무추진단 기획총괄팀장을 맡았던 권호안 서기관(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과)은 “지난해부터 공기업 선진화계획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상당한 정규직 전환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를 조사했을 때 기간제 근로자가 14만여명이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황수경 연구위원은 “대체적으로 금융부문은 정규직화할 것이고, 기간제근로자가 핵심인력이 아닌 직종에 분포된 병원은 외주화하는 반면 인력을 전반적으로 줄여야한다는 압박을 받는 공공기관은 해고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노동전문기자·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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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예비군 동원훈련 연장 적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