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17세 소녀 “한국에 와서 새 심장 얻었어요”

우즈베키스탄 17세 소녀 “한국에 와서 새 심장 얻었어요”

기사승인 2009-07-06 17:27:01


[쿠키 사회]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17세 소녀 베그마토바 굴노자양에게 한국은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국으로만 기억되는 낯선 나라였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주저앉아야 했던 굴노자양은 현지 한인회 도움으로 지난 2일 한국에서 심장수술을 받았다. 이제 그에게 한국은 ‘새 심장을 갖게 해준 고마운 나라’다.

6일 서울 행당동 한양대병원 10층 병실에서 만난 굴노자양은 사진을 찍겠다는 말에 거울을 드는 평범한 소녀였다. 지난달 27일 한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승모판 폐쇄부전증(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위치한 승모판이 잘 닫히지 않아 피가 역류하는 병) 4기로 걷기도 힘들었지만 수술 뒤 눈에 띄게 몸이 좋아졌다.

수술을 집도한 한양대 의과대학 김혁(흉부외과) 교수는 “일상 생활을 하기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며 “빨리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굴노자양은 11세 때 갑자기 가슴이 따갑고 숨쉬기가 어려워 병원을 찾았다. 심장 판막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했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2007년 심장전문병원을 찾았고, 3000달러나 드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교사였던 어머니 월급 130달러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돈이었다.

체육시간이면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 놀고 싶었지만 벤치에 앉아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고통이 심해 누워있지도 못하고 구부리고 앉아 통증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날이 계속됐다.

굴노자양 사연을 들은 한국기아대책본부는 마침 무료 심장수술 지원 대상자를 찾고 있던 한인회에 소개해줬다. 한인회는 매년 고려인 독거노인과 고아원 지원사업을 펼치다 올해 처음 무료 심장수술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칼리지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있는 굴노자양의 꿈은 의사다. 그는 “한국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처럼 아픈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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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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