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계 복간 준비하는 장준하의 아들 장호권

사상계 복간 준비하는 장준하의 아들 장호권

기사승인 2009-07-07 16: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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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1970년 폐간된 잡지 ‘사상계(思想界)’의 복간 소식이 흘러나온 건 꽤 오래 전이다. 사상계 발행인이었던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 호권(60)씨가 한국으로 돌아온 게 2003년 말이고, 그때부터 복간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2005년 9월에는 복간발기인대회가 열리기도 했고, 2007년에는 ‘인터넷 사상계’가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렇지만 그 뒤로도 사상계는 출간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달 말 다시 사상계 얘기가 들려왔다. 복간준비호가 출간됐다는 것이다.

6일 서울 서초동 한 오피스텔빌딩에 자리잡은 사상계 사무실을 찾아갔다. 좁은 방에서 장호권씨가 원고를 읽고 있었다. 벽에는 장준하 선생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장씨는 복간준비호를 한 권 건네면서 “앞으로 서너 번 더 준비호를 내고, 내년에는 정식으로 잡지를 발간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흑백 인쇄에 80페이지가 채 안 되는 분량.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잡지 중 하나로 꼽히는 사상계의 복간준비호치고는 너무 초라했다. 그래도 책 곳곳에는 감격이 묻어났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시대의 등불을 기대한다’라는 글에서 “사상계 재복간 소식에 가슴이 뛴다”며 “어둠의 시대에 홀로 등불을 자처한 사상계의 정신과 이상이 그립다”고 썼다.

철학자 박이문 연세대 초빙교수는 ‘복간을 축하하며’라는 글을 통해 “오늘날 한국의 혼란은 사상계가 발간됐던 1950, 6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상계는 열정적이면서 품격을 갖춘 토론의 장이자 화합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장씨가 복간의 꿈을 품은 건 20년도 더 된 일이다. 그는 “1980년 정치적 탄압을 피해 외국으로 도피한 후, 한국에 돌아가면 할 일이 뭔가 늘 생각했었고, 그럴 때마다 사상계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 돈도 열심히 벌었다. 싱가포르, 말레이사아 등에서 건설업과 금융컨설팅업을 하면서 제법 큰 돈을 모으기도 했었다. 그러나 자금 흐름이 엉켜 돈을 다 날리고 말았다.

오랜 외국 생활로 한국 실정을 잘 몰랐던 데다가 지인들의 도움에 의존해 사상계 복간을 추진하다 보니 사기도 여러 번 당했다. 사무실 운영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채용 청탁 사건에 휘말려 전과도 생겼다. 그러는 동안 사상계 사무실은 부암동에서 여의도, 광화문을 거쳐 다시 서초동으로 이전했다.

그는 “장 선생님, 그 사람의 아들로 살아가면서 내가 사상계를 복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 선생님의 생각이 이 시대에 이미 이뤄진 것이라면 사상계가 필요 없을 것”이라며 “그런데 민주주의나 언론자유, 좌우대립 등을 보면 지금이 그때보다 더 혼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복간준비호는 격월간으로 정식 복간(2010년 6월 예정) 때까지 발행될 예정이며 광고를 안 싣고 1000명 가까운 정기구독자 중심으로 배포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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