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흑마구에 선풍기 스윙, 퇴근본능 발동?”
프로야구를 즐기는 또 하나의 채널인 인터넷 중계의 댓글을 보면 암호 같은 신조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흑마구’는 느리지만 공 끝의 움직임이 심한 변화구라는 뜻을 담고 있다. 불 같은 강속구로 타자를 윽박지르지는 못하지만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 간격과 절묘한 제구로 승부하는 투수들이 던지는 공이다. 전 삼성 투수 성준이 원조라면 지난해 은퇴한 전병호가 전성기를 열었고, 올 시즌엔 이우선이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리드를 지켜야 할 구원 투수가 역전패의 시나리오를 쓴다는 의미의 ‘작가’, 불끄러 나온 소방수(마무리투수)가 오히려 불을 지른다는 ‘방화범’ 등 투수에겐 불명예스런 신조어는 이미 익숙하게 쓰이고 있다.
‘선풍기 스윙’ 또는 ‘선풍기질’은 타자들이 방망이를 헛돌리는 모습이 바람을 뿜어내는 선풍기를 닮았다고 해서 생겨난 용어다. 잔뜩 힘이 들어간 헛스윙은 선풍기를 넘어 ‘폭풍 스윙’이라고 불린다. 롯데의 가르시아는 지난해 호쾌한 타격으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끌어올리며 ‘강림신’이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방망이가 신통치 않은 요즘엔 ‘갈풍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라운드의 포청천인 심판들도 신조어 대상이다.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리드하고 있는 팀에 유리하다 싶은 판정이 나오면 팬들은 ‘퇴근 본능’이라며 일침을 가한다. 이미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 이른 타이밍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자와 인터벌을 짧게 가져가며 맞혀 잡는 투구를 시도하는 투수에게도 ‘퇴근 본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어깨가 약해 홈 승부를 시도하지 못하는 외야수들에게는 ‘소녀 어깨’라는 불명예스런 별칭이 붙고, 지는 팀이 경기 막판 점수차를 좁히면서 역전승을 거둘 것 같으면서도 결국엔 이기지 못하는 것을 두고는 ‘희망 고문’이라고 부른다. 홈런이 유독 많이 나오는 대전구장은 구장 규모가 작아 ‘탁구장’이라고 불리는데, 올 시즌 대전보다 홈런이 많이 터진 목동구장도 ‘탁구장’ 대열에 합류했다.
경기 전 시구자로 등장한 인기 스타들도 야구팬들의 입담에 오른다. 여성 스타들이 제대로 된 투구폼으로 힘차게 공을 던지면 ‘개념 시구’라며 찬사를 보낸다. 탤런트 홍수아, 박신혜가 대표적이다. 반면 치마에 하이힐 차림으로 마운드에 오르면 ‘무개념 시구’로 야구팬들의 외면을 당하기 십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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