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정부는 출범부터 인사 파동을 겪었다. 이춘호 남주홍 박은경 등 장관 내정자들이 각종 의혹으로 인사청문회장에도 서보지 못한 채 낙마했다. 1년5개월이 지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은 비판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에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는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그동안 청와대가 설명해온 인사 시스템에 따르면, 천 후보자는 최소 3차례 이상 검증 절차를 거쳤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1차로 천 후보자로부터 정보제공동의서를 받아 기본적인 재산, 대출 관계, 납세 현황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는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정 실장과 청와대 수석들의 평가를 거쳤다. 다시 민정수석실은 천 후보자를 포함한 검찰총장 후보자 3∼5명을 상대로 고강도 정밀 검증을 실시했다. 고강도 검증에는 현지 조사, 주변 인물 조사 등도 포함된다. 김명식 인사비서관은 지난 5월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인사청문회 대상은 밀도 있게 검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천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난타당한 끝에 낙마했다. 아파트 구입을 위한 불투명한 돈 거래, 가족들의 호화 생활 논란 등이 불거져 나왔다. 이런 사안들은 현장 조사 및 기본적인 금융 거래 조사만으로도 확인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천 후보자를 지명했다. 인사 검증이 시스템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거나, 시스템에 따라 이뤄졌더라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14일 "민정수석실에서 조사가 제대로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권내에서는 천 후보자를 발표할 당시에만 해도 "모처럼 인사로 점수를 땄다"는 평가들이 다수였다. 그러나 천 후보자의 각종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검증시스템에 대한 성토 분위기로 확 바뀌었다. 천 후보자 검증을 주도했던 청와대 민정라인에 대해 책임을 묻고 인사검증 시스템 재정비에 착수해야 한다는 한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관계자는 "천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이명박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검증시스템에 대한 종합적인 재점검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정 발표에 앞서 갖가지 제보와 소문이 잇따르지만 위법사실이 없고 직무수행에 중대한 결함이 없는 경우라면 낙마시킬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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