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대출은 꺼리고 리스크는 떠넘기고…은행의 얄팍한 셈법

서민대출은 꺼리고 리스크는 떠넘기고…은행의 얄팍한 셈법

기사승인 2009-07-14 17:33:01
"
[쿠키 경제] 은행들이 서민용 대출자금에 정부보증을 요구하고 나섰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에게 선뜻 대출을 결정하기 힘드니 정부가 보증을 서고, 세금 혜택을 주면 ‘서민대출채권(가칭)’을 발행해 그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13일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은행장간 만남의 자리에서 제시됐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연체율 관리에 신경이 곤두 선 은행의 고민을 전달한 것이지만 대출 위험을 고스란히 정부에게 떠 넘기겠다는 은행의 얄팍한 셈법도 자리잡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4일 “서민대출은 연체율이 높고 은행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며 “별도의 서민대출용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을 붙여 서민대출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은행장들이 이런 요구를 한 데는 나름대로 계산이 깔려 있다. 은행들 입장에선 이명박 정부의 중도 강화론과 함께 서민 금융지원이 강조되면서 중소기업에 이어 서민의 자금 숨통을 틔우려는 정부의 노력에 응하자니 연체율이 마음에 걸리고, 거부하자니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 보증으로 채권을 발행하면 그 돈으로는 맘놓고 대출해 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을 점검한 결과 지난 5월말 현재 중소기업대출은 2.57%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1.06%포인트나 올랐고, 가계대출도 0.78%로 같은 기간 0.08%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율은 경기부실 이후 뒤늦게 나타나는 후행성을 지녀 아직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해 연체율 관리에 신경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수석연구원은 “2001년 이후 저축은행들이 정부의 자본요건과 감독기준 완화만 믿고 앞다퉈 소액신용대출을 늘렸다가 연쇄 부실로 빠져든 경험이 있다”며 “이번 경우도 정부가 보증과 세제혜택을 주면 국채 수준으로 조달비용이 떨어질 수 있지만 그 전에 은행들이 그만한 신용평가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쌓여 있는지부터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뭔데 그래◀ 사랑이라는 이름의 구속…김연아 아이스쇼 파문,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정동권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