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4일 전격 사퇴했다. 강남의 고가 아파트 구입 자금을 둘러싼 '스폰서' 논란과 위장전입, 부인의 명품 쇼핑 등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들을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상 초유의 수뇌부 공백 상태에 빠진 검찰은 충격파에 휩싸였다.▶관련기사 4·5면
천 후보자는 이날 오후 8시30분쯤 '사퇴의 변'을 내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공직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천 후보자는 사퇴 표명 뒤 "대통령과 나라의 짐이 되고 국민의 상실감이 컸다"며 "모두 다 내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천 후보자에 대한 내정을 공식 철회키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이 천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이 대통령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에 반하는 것은 곤란한 것 아니냐. 고위 공직자를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처신이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이 대통령의 친(親)서민 행보에도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후보자가 임명 전에 낙마한 것은 2003년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뒤 처음이다. 특히 천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동기 및 선배인 검찰간부들이 천 후보자의 총장 임명이 임박한 것으로 예상하고 모두 사퇴한 상태여서 검찰조직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천 후보자 내정 이후 준비해왔던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후속 인사도 중단됐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전국 검찰에 특별지시를 내려 "검찰 수뇌부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지게 됐지만 각 검찰청의 직무대행자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검찰 본연의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이미 사퇴한 고검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들 가운데 새 검찰총장 후보자를 물색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검찰총장 후보군으로는 문성우 전 대검차장,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 등이 다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당초 "검찰총장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임명을 강행하려 했지만 이 대통령이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이날 오후 귀국한 이후 기류가 급변했다. 여론의 반발과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해 천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너무나도 당연한 귀결"이라며 "부도덕하고 부적격한 사람을 검찰총장에 내정한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임기의 3분의 1을 지낸 이명박 정부가 아직도 국민의 요구와 여망을 파악하지 못하고 엇박자를 내는 것은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라며 "다음 후보자는 철저하게 검증한 후에 내정하는 것이 도리"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남도영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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