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인사청탁 문화 어떻기에…잇단 경고 배경

국세청 인사청탁 문화 어떻기에…잇단 경고 배경

기사승인 2009-07-17 2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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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호시절은 이미 지났다. 남은 건 윗분들의 관행이다."

17일 내부 승진이 좌절된 국세청 허병익 차장의 퇴임식 직후 만난 한 직원의 말이다. 이날 퇴임식장에 앉은 백용호 청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적어도 퇴임식 자리에서 그는 '초대 손님'이었다. 연방 눈물을 흘리던 허 차장의 아내도 백 청장의 악수를 외면하는 등 섭섭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허 차장과 백 청장의 운명을 가른 것은 국세청의 불투명한 인사 관행과 상납 비리였다.

◇'상납과 인사' 비리의 첫단추=백 청장은 내정 직후 조사국 과장급 이상 간부를 배제한 채 직원들과 점심미팅을 가져왔다. 바닥 분위기부터 파악하자는 취지였다. 그동안 청와대 등에는 국세청발 승진 청탁이 이어졌다. 백 청장은 노발대발했다. 그는 즉각 고위 간부들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인사청탁하지 마세요'라는 경고장을 날렸다. 이는 취임식에서 인사 관련 경고로 이어졌다.

국세청 조직 혁신도 투명한 인사에서부터 풀겠다는게 백 청장의 구상이다. 과거 전별금이나 떡값 상납구조 역시 뿌리깊은 인사 민원에서 출발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와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직원별로 지역을 나눠 자영업자와 기업들을 직접 접촉하던 예전 구조에선 상납을 받으면 계·과장에서 지방청, 본청까지 보고라인을 따라 일정 비율씩 상납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1999년 지역담당제가 전면 폐지되면서 아랫물을 상당부분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윗물은 진화를 거듭했다. 현금봉투 등의 직접 전달에서 그림도 이용됐다. 수감 중인 전군표 전 청장이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현금 7000만원과 1만달러를 받은 사실과 후임 한상률 전 청장으로부터 그림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가 이를 입증한다.

◇'백용호식 처방'이 문제의 뿌리 뽑을까=국세청 조직 내 인사청탁 관련 상납구조 외에 청장 등 인사를 두고 외부기관에 대한 금품 로비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한 전 청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장에 임명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8년 12월25일 포항지역 유력인사들과 '성탄절 골프외유'로 이명박 대통령에 줄대기를 시도하다 불명예 퇴진했다.

국세청 출신 고위 관계자는 "최고의 자리를 둘러싼 인사청탁과 암투로 조직의 상처가 깊어지고 있지만 외부 출신 학자의 대규모 인사 조치만으론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국세청 내부에 잔존한 상납구조는 세무업무의 전산화와 함께 자연스레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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