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시장 큰손들 움직인다

원자재시장 큰손들 움직인다

기사승인 2009-07-29 21:08:00


[쿠키 경제] #장면1=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장이 열리자마자 구리 가격을 숨죽여 지켜보던 선물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중국의 사재기가 재개됐다(China's stocking up again)"는 말이 터져나왔다. 이후 약속이라도 한 듯 '사자' 주문이 이어졌다. 이날 구리 3개월물 가격은 전 주말보다 t당 78달러 오른 5600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면2=미국 멕시코만 연안. 대형 유조선(VLCC) 10척이 몇 달째 꿈쩍도 않고 서 있다. 원유를 실어나르는 대신 해상 저장을 목적으로 대형 정유업체와 투자자들이 세워둔 배들이다. 석유업계에선 유조선에 실려 공해상에 떠 있는 원유가 현재 전세계적으로 5000만∼5400만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큰손'들이 움직이고 있다. 구리 등 일부 원자재값 상승세는 실수요 증가세보다 가파르다. 경기 회복이 멀지 않았다는 판단이 투자로 이어진 결과다. 악재도 큰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각국의 막대한 재정 지출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기상이변에 따른 흉작이 원자재값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에서다.

◇손놀림 빨라진 큰손들=구리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원자재시장은 최근 들어 겉으로는 급등세가 멎고 평온을 되찾았다. 그러나 내년 이후 수요를 노린 큰손의 손놀림은 빨라졌다.큰손의 정체는 중국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거대 기업, 투기 세력까지 다양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지훈 수석연구원은 29일 "국제 수요 감소가 여전해 초과공급 상태인데도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원인에는 투기성 전망이 자리잡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막대하게 풀린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원자재 가격이 본격 오를 것을 예상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에 민감한 비철금속인 구리의 경우 중국이 비축량을 늘리면서 7월 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63%나 올랐다. 옥수수 콩 등 곡물 가격은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하지만 엘니뇨 현상에 따른 농산물 흉작을 예상한 큰손들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엘니뇨는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태평양 서쪽에 가뭄을 일으키고 농작물 수확에 타격을 준다. 실제로 옥수수의 경우 주요 산지 기온이 평년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1960년 이후 최악의 날씨가 예상되자 미국계 카길과 프랑스 루이 드레퓌스 등 세계 곡물 메이저들도 곡물을 대량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손들의 셈법은=통상 원자재 시장은 큰 변동성으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이번처럼 수익 조건이 맞아떨어진 적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개월 후의 원자재 가격이 현재 가치보다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금 구입해 바로 선물시장에 되팔거나 매점매석하려는 수요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분석부장은 "지난해 4분기 이후 VLCC를 빌려 원유를 공해상에 띄워둔 투기 세력과 금융·에너지 기업 등이 증가했다"며 "전세계 하루 원유 수요량이 8300만배럴인데 한때 이들 세력의 해상 비축량이 1억배럴에 달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같은 센터 이치훈 중국연구부장도 "중국의 경우 2015년까지 국내 원유 비축 목표를 설정했을 정도로 에너지 소비형 경제 구조를 감안, 저가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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