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삶과 죽음, 존엄한 죽음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 등 이전 우리 사회가 공론화를 터부시해왔던 ‘죽음’의 영역과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시작은 지난해 2월 폐암 검사를 받다 과다출혈로 인한 저산소성 뇌상을 입고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 할머니부터였다. 할머니의 자식들은 “어머니는 남들에게 깔끔한 모습만을 보이기 원하셨다”면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1년4개월이 흐른 지난 6월21일, 대법원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국내에서 존엄사를 인정한 첫 확정판결이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고 이틀이 지난 23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방식의 존엄사를 공식 집행했다. 주치의는 김씨의 입에 연결된 호흡기를 떼어낸 뒤 호흡기 등에 연결된 기계의 전원을 껐다.
그러나 호흡기를 제거하고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김 할머니는 별다른 합병증 없이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하며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다. 병원 측은 김 할머니가 생존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시간(2∼4주)을 견뎌냄에 따라 장기 생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할머니의 가족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KBS 1TV ‘KBS 스페셜-존엄한 죽음’(2일 오후 8시 방송)이 김 할머니 가족을 만나 당시 심경과 상황을 들어본다. 또 존엄사에 관한 기념비적 판결로 여겨지는 미국 ‘카렌 퀸란’ 사건 당사자인 카렌의 어머니를 찾아간다. 1975년 카렌이 혼수상태에 빠져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상태가 되자 카렌의 부모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는 소송을 제기, 뉴저지주 대법원의 허락을 받아냈다. 카렌의 어머니는 그후 30년 동안 호스피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죽음 준비 학교’를 진행하는 서울의 한 노인 복지관을 찾아 평화로운 죽음에 대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속 얘기도 들어본다. 다양한 연령과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청취, 존엄사에 대한 일반인의 가치관과 행동양상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한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의료계와 종교계, 법조계, 사회단체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연속 토론회를 거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9개 기본원칙을 도출하고 ‘존엄사’ 대신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으로 용어를 통일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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