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외화자금난을 벗어난 은행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3월까지 지속된 '달러 보릿고개' 앞에 장기적 평판보다 단기적 실리를 택했던 은행은 낮아진 조달금리에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반면 단기자금을 동원해 꿋꿋이 버텨낸 은행들은 화색이 돈다. 올 초 5%포인트까지 치솟았던 5년 만기 한국 외평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1%포인트 초반까지 떨어졌다.
◇희비 가른 은행 자금전략=은행별 외화자금 조달계획은 만기일정과 중장기 전망에 따라 달라진다. 비관론이 지배적이던 올 초 위기의 장기화를 예상하고 자금전략에서 명분 대신 실리를 택했다가 되레 화를 부른 경우도 있었다. 우리은행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외화 후순위채권 콜옵션(조기상환 권리) 미행사로 4억달러와 관련 수익을 내놓지 않았다. 덕분에 위기국면에서 4억달러는 지켜낼 수 있었지만 은행은 물론 국내 외화보유액에 대한 국제신뢰도를 떨어뜨린 대표적인 소탐대실의 우로 지적된다. 2개월 후 우리은행은 홍콩에서 3억달러 규모의 외화자금을 차입했지만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에 최고 4.75%포인트를 더한 수준의 고금리를 물었다. 지난달 28일에도 5년6개월 만기로 리보에 3.84%포인트를 더한 수준에서 8억달러를 조달했지만 다른 국내은행이 제안받은 금리 수준에 비해 여전히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측은 "이번 8억달러 조달로 지난 2월 콜옵션 미행사로 인한 국제 자금시장의 우려는 씻어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국책은행의 역할을 자임하며 지난 3월 자금시장 개척에 나섰던 기업은행도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뉴욕 등 미주지역으로 외화 조달 로드쇼에 나섰다가 사모시장으로부터 어떤 반응도 얻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자금시장 훈풍 지속=우리나라 외평채(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30일 127bp까지 내려서는 등 하향 안정세다.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전 수준이다. CDS 프리미엄이 떨어지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그만큼 싸진다.
실제로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던 지난 1월 수출입은행이 20억달러를 빌리기 위해 5년 만기 해외채권을 발행했을 당시 금리는 리보에 6.25%포인트를 더한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초 이보다 2%포인트 이상 싼 금리로 달러를 빌리는 데 성공했다.
수은 국제금융부 관계자는 "지난 1월이 조달이 될지, 안될지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얼마나 싸게 빌리느냐를 고민하는 단계"라며 "이달까지 두 차례 공모 외에 사모시장을 통해 80억달러를 빌렸고, 앞으로 녹색성장 금융 등 수요를 감안해 추가로 15∼20억달러 정도 조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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