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목표 대국민 설득력 약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대국민 설득력 약해

기사승인 2009-08-04 17:29:01
[쿠키 사회] 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는 지난해 계획보다 상당히 가파르다. 그렇지만 가장 야심찬 시나리오3을 채택해도 우리나라의 목표치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그다지 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축수단도 세제·요금체계 개편, 배출권거래제 도입 등이지만 계획이 아직 잡히지 않아 온실가스대책 동참 필요성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미흡하다.

◇목표수준은 적정한가=유럽연합(EU)은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도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15∼30%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BAU란 지금 상태에서 아무런 추가 감축노력 없이 경제활동을 했을 때의 미래 배출량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시나리오별로 BAU 대비 21∼30% 감축을 설정, 이 권고안을 충족시킨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까지 지난 15년 동안 거의 두 배나 증가했던 추세를 감안할 때 획기적인 목표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으로 보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 증가세가 가장 빠르고, 1인당 전기소비량은 독일 프랑스 일본 등 거의 모든 선진국을 따라잡았다. 실제로 지난 1∼2년간 주요 선진국이 제시한 2020년 중기 감축목표는 2005년 대비 15∼26%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야심차다. 우리나라가 이번에 제시한 -4∼8%라는 목표는 기후변화대응 선발국가와 서방언론의 기대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감축수단은 지나치게 기술에 의존=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단일안이 아니라 세가지 시나리오로 설정한 것은 대외적으로 확정안을 발표하기 앞서 여론을 수렴해 공감대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발표된 내용만으로는 공감대 형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 앞으로 10년간 전기료 인상, 통행료·세금 인상, 재화와 공공서비스의 추가인상을 통해 얼마씩 더 부담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게 돼 있다. 이는 산업계에도 마찬가지다. 녹색성장위원회 측은 “산업, 발전, 수송, 가정, 상업 부문 별로 감축목표도 설정했지만 대외협상 전략을 고려해 부문별 목표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감축목표 추진계획은 에너지효율 제고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기술의 활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시나리오1은 이미 확정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 확대 정책만 반영했고 새로운 내용은 그린빌딩 확대 뿐이다. 시나리오2도 변압기와 냉매 등에 포함된 불소계 가스를 제거하고, 하이브리드자동차와 바이오연료를 보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시나리오3에서는 업계에 대한 고효율·신기술 강제보급 방안이 포함됐고 첨단기술인 탄소포집저장기술(CCS)을 확대보급하는 수단을 담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 용량이 확대되려면 앞으로 10년 이상 기다려야 하고, CCS는 상업적 타당성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보급도 계획대로 실행될지에 대해 부정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
임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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