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술병마개社 2곳 독과점 조사

공정위, 술병마개社 2곳 독과점 조사

기사승인 2009-08-05 11:31:01


[쿠키 경제]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주류 병마개 시장을 양분해 온 삼화왕관과 세왕금속 2개사의 독과점 폐해를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두 업체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신규 업체의 진입을 막고, 가격을 불공정하게 매긴 것으로 확인돼 규제를 받을 경우 주류업계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공정위, "조만간 결론 내릴 것"

공정위 관계자는 5일 "시장 진입규제 해소 차원에서 검토중"이라며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조만간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올초 청와대에서 대통령실장 주재로 열린 상공인 간담회에서 주류 병마개 제조사 지정제가 시장진입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돼 이번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주세법 상 술병에 씌우는 마개는 국세청 지정업체만 만들 수 있도록 돼 있다. 업체 지정은 5년마다 이뤄지지만 양대 업체를 밀어내고 시장 진입에 성공한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주 소비자가격이 1000원이라면 제조원가는 470원이고, 나머지는 주세 교육세 등 세금"이라며 "과세대상은 다양한데 관리 인력은 적어 병마개로 출고량을 체크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주류업계에서는 설비 등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을 특정업체에만 맡겨 병마개값만 올렸다고 주장했다. A업체 관계자는 "제품은 점점 다양해지는데 병마개시장 경쟁이 없으니 병뚜껑 기술도 제자리 수준이고, 원가절감 노력도 안 보인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등 원재료값은 지난해 평균 대비 올 1분기 13.8%나 떨어졌지만 병마개값은 같은 기간 개당 7.6% 올랐다.

주류업계, 병마개 싸움의 내막

술병마개 논란의 핵심은 독과점 구조이지만 주류업계의 알력 다툼도 숨어 있다. 지방 주류업체에 병마개를 공급하는 세왕금속 지분은 진로를 보유한 하이트홀딩스(지분율 24.85%)와 무학(13.15%), 보해양조(12.91%) 등 주류업계가 나눠 갖고 있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에 납품하는 삼화왕관의 대주주는 '처음처럼'을 생산해온 두산그룹(47.67%)이다. 두산의 소주 '처음처럼'이 롯데로 넘어가기 전까지 진로와 두산은 각각 라이벌이 대주주로 있는 병마개사로부터 납품받았다. 진로의 참이슬 공장은 경기도에 있고, 처음처럼은 강원도에서 만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제품 출시나 출고량 관련 영업비밀을 경쟁사에 노출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처음처럼을 인수해 단숨에 소주업계 2인자가 된 롯데주류BG 역시 현 병마개 시장 구조가 불만이다. 공정위 결론에 따라 병마개 시장의 새판짜기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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