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장고(長考)가 계속되고 있다. 4·29 재·보선 패배 이후 여권 주변에서 개각 얘기가 나온 지 두달이 넘어가고 있다. 개각 시기 전망도 ‘7월 말-8·15 이전-8월 말’로 계속 순연돼왔다. 최근에는 9월 개각설마저 등장했다.
◇두 달도 짧다?=2005년 서울시 정무부시장 자리는 세 달간 비어있었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은 사퇴한 이춘식 부시장의 후임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고, 결국 세 달이 지나서야 정태근 의원을 발탁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캠프 대변인 임명도 세 달이 넘게 걸렸다. 지난해 9월 이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교체론이 들끓었지만, 강 장관이 교체된 것은 4개월이 1월 19일이었다. 2009년 1월 한상률 국세청장이 사퇴하고, 백용호 국세청장을 임명하기까지는 5개월이 걸렸다. 김석기 경찰청장 사퇴는 1개월 정도 걸렸다. 안국포럼 출신 한나라당 의원은 “후임자가 전임자보다 더 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바꾸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시절부터 일 자체에는 관심이 있지만 직접 인사를 하는데 무게를 두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재임 평균 기간 늘어날까=이 대통령의 장고가 계속되면서, 장관들의 재직 평균 임기는 늘어나고 있다. 총리를 포함한 이명박 정부의 장관 평균 수명은 현재까지 약 13개월이다. 땅투기 의혹 등 여러가지 이유로 후보자 시절 사퇴한 남주홍 박은경 이춘호 장관 후보자는 제외했다. 이전 정부들과 비교해도 짧지 않은 기간이다. 노무현 정부의 장관 평균 재임기간은 14개월, 김대중 정부는 10개월, 김영삼 정부는 11개월, 노태우 정부는 12개월이었다.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포함한 1기 내각 멤버 9명이 평균 재임기간 연장의 공신들이다. 18개월째 재직중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당초 ‘1기 멤버들중 상당수가 바뀔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대안이 없을 경우 유임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이 경우 평균 재임기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사 고려 요소 더 많아져=이 대통령은 11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정치인 입각 건의에 “시기와 방식을 맡겨달라”고만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 말을 ‘정치인 입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 기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치인 입각 문제 외에도 인사 고려요인이 많다.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고 있는 이상, 후임 총리도 이에 걸맞는 국민통합형 인사가 등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역시 인물난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컨셉트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없다”는 말을 한다.
여기에 높아진 검증기준에 따른 인물난도 문제다. 일부 인사들이 검증동의요청서 사인을 거절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치인 입각시에도 이재오 전 의원 등 친이계 인사들과 김무성 의원 등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조율도 난제다. 일부만 입각시켰다가 나머지 후보군들의 불만만 증폭시킬 수 있다.
이 대통령 특유의 침묵 행보도 개각 전망을 어렵게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면전에서는 거세게 비판하지만, 그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절대 비판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청와대 참모들도 이 대통령의 인사 의중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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