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개혁…조사·감사·인사권 투명화=백 청장의 이번 개혁안은 안팎에서 예상한 수준보다 상당히 절제됐다는 평가다. 공사로 치면 시설을 완전히 바꾸는 리모델링이 아니라 새는 곳을 막고, 꽉 막힌 곳을 틔운 보수공사에 가깝다.
중점을 둔 부분은 조사·감사·인사권 등 국세청 조직을 움직이는 핵심 권한의 투명화였다. 백 청장은 취임 후 한 달여간 정·관계와 학계, 언론 등으로부터 국세청의 문제와 해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외부 비난의 초점이던 기획성 세무조사와 직원 청렴도 내부 감시장치, 인사절차에서 각각 객관성만 담보할 수 있다면 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백 청장은 이날 “인사위원회 설치, 감사관 외부영입, 세무조사 대상 선정 투명화 등 개선방안을 마련했다”며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간부들의 일탈행위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해 우리 스스로 의식변화, 특히 관리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혁파 ‘아웃사이더’ 안착이 관건=백 청장의 처방이 다소 온건해 보이는 이유는 있다. 잇단 수장의 불명예 퇴진에도 굳건한 내부 결속력을 자랑하는 국세청 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한 것이다. 기존 조직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변화를 강요할 경우 외부 출신 수장과의 이질감만 키워 결국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 식의 생존논리가 판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백 청장은 국세청을 감싼 베일을 벗기고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강력한 외부 감독위원회 설치 대신 내부에 국세행정위원회를 두는 것으로 절충했다. 기존 조직을 포용한 대신 점진적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수혈한다. 본청 과장급 업무를 국장급으로 격상해 새로 만든 납세자보호관과 감사관, 전산정보관리관 모두 외부인사로 채워진다. 감사원 국장급 출신 인사가 신임 감사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에 대한 견제기능과 직원 청렴도를 감시하는 직위 모두 외부인사가 맡게 돼 조직의 긴장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며 “학자 출신 청장이 와서 조직의 자존심을 지켜냈다는 내부 평가도 있어 개혁에 순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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