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8·15 경축사를 통해 선거제도 개편과 행정구역 개편, 선거 횟수 축소를 제안했다. 핵심은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면서, 가능한 부분부터 하자'는 것이다. 방법론으로는 '여당의 손해 감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협상의 기본은 유리한 쪽이 좀 양보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선거제도 개편=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은 두 가지 정도가 있다.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방법과 현행 비례대표제를 고쳐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는 방법이다. 이 중 여권이 생각하는 방식은 후자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여당 내·여야 간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경우, 한나라당 내 영남권 의원들의 '희생'이 담보돼야 한다. 게다가 영남권에는 친박 성향 의원들이 많다는 복잡한 속사정도 있다. 석패율제는 지역구에서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다. 또 권역별 비례대표는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해당 지역의 정당 득표율에 맞춰 비례대표 의원을 배분하는 제도다. 예를 들면 영남권 정당득표율이 한나라당 70%, 민주당 30%일 경우 한나라당이 7석, 민주당이 3석을 차지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한나라당에 불리하다. 역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한 자릿수 득표를, 민주당은 영남에서 10∼20%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해왔다. 다만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 수위가 중·대선거구제보다 덜한게 장점이다.
◇행정구역 개편=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 "국회의 결론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자발적으로 통합하는 지역부터 획기적으로 지원해서 행정구역 개편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자발적으로 통합하는 곳에 교부금 확대 등의 제도적 장려책을 쓰겠다는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의 핵심은 '시·도-시·군-읍·면·동'의 3단계 행정구역을 2단계(특별시·광역시·도 폐지)로 줄이자는 것이다. 17대 국회에서 시·도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통폐합해 전국을 광역시 60∼70개로 재편하는 내용에 여야가 공감대를 이뤘으나 논의가 중단됐다. 지난 6월엔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가 2∼5개 인접 시·군·구를 통합하는 내용의 특별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선거 횟수 축소=청와대는 "개헌 논의로 확대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선거가 너무 잦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사안이다. 지방선거, 총선, 대선이 각기 다른 해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에서 총선과 대선 실시 시기를 맞추는 '원포인트 개헌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설명은 좀 다르다. 개헌을 하지 않더라도, 1년에 두 번 치르도록 돼 있는 국회의원 재·보선을 1회로 줄이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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