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절 아무리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들도 결혼을 하고 나면 “이 사람이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인가” “이게 내가 꿈꾸던 결혼인가”라며 한두 번쯤 후회하는 게 우리 대부분의 모습이다.
결혼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3∼4년 연애하는 것과 반평생 매일 얼굴을 마주보며 사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저 좋은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 상대방의 부모, 견딜 수 없는 습관이 송두리째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주어지는, 그게 결혼이다.
그래서 부부는 싸운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믿었던 사랑과 사람에 대한 실망, 꿈꾸던 결혼 생활에 대한 절망이 결국 우리를 무시무시한 부부 싸움의 전쟁터로 내모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에 지친 많은 사람들은 “이제 그만하자”며 등을 돌린다.
MBC ‘사주후애’는 전쟁에 지친 부부를 위로하는 ‘부부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탈진해서 자기 자신 말고는 누구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자신과, 그리고 자신의 반쪽이라 믿었던 상대방을 돌아보게 도와준다. 이혼 위기를 맞은 부부의 일상 생활을 카메라에 담아 문제점을 찾고, 4주 동안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프로그램은 부부 문제 상담 전문가 125명을 동원, 부부 갈등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상담, 심리극, 미술치료, 분노치료 등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과정을 통해 부부는 자신이 살피려고 하지 않았던 남편, 혹은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사주후애’는 부부끼리 치고받으며 싸우는 장면 등 문제가 있는 부부 간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재연 프로그램이라는 오해까지 받았다. 제작진도 출연 신청자의 배우자들로부터 곤욕을 치렀다. 섭외를 위해 만나러 간 배우자가 도망가는 건 기본이고, 제작진에게 물건을 집어던지며 욕설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는 20일 오후 6시50분 방송되는 ‘사주후애’ 특집에서는 섭외부터 촬영까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와 돌발 영상이 공개된다.
또 남편의 상습적인 가출과 거짓말로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던 12회 출연자 부부와, 평생을 아내에게 의지해 살며 아내를 마음 고생시켰던 13회 출연자 부부 등 세 쌍의 부부가 이 프로그램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도 보여준다. 방송 이후 이들에게는 변화가 있었을까. 이들은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았을까.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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