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지체장애인 문성영씨 기적의 250타 “운전면허도 도전”

발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지체장애인 문성영씨 기적의 250타 “운전면허도 도전”

기사승인 2009-08-18 17:35:02

[쿠키 사회] “안된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안 돼요. 그런데 해봐야지 하고 부딪히면 안되는 일이 없더라고요.”

두 팔이 없는 문성영씨(22·지체장애1급·전주시 효자동)는 손가락이 아닌 발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그는 최근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따냈다.

엄지발가락으로 자판을 누르고 새끼발가락으로 쉬프트 키를 눌렀다. 1분에 250타를 기록했다. 팔꿈치 아래로 15㎝가량 남은 오른팔로 마우스를 움직이며 표그리기와 그림넣기를 실행하며 문서를 작성했다.



문씨는 10여년 전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어느 날. 비를 피하기 위해 건물 옥상의 한 창고에 들어간 것까지만 기억이 난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팔이 사라진 뒤였다. 그 창고는 변전실이었다.

1년 반동안 병상에 누워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고교 때 가출을 한 적도 있었다. 그가 다시 설 수 있었던 힘은 가족의 사랑이었다. 어머니 소관순씨(52·군산시청 근무)는 절망에 빠진 아들에게 희망을 가르치기 위해 식품기술사 자격증을 얻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작은 누나도 지극한 간호와 함께 때로는 따끔한 질책으로 그의 삶에 의욕을 불어넣었다.

이후 하나씩 다시 해나갔다. 학교에 돌아가 중·고교를 탈없이 졸업하고 2007년 한일장신대 신학과에 입학했다. 친구들이 그의 손이 되어 주었다.

“몸이 불편하다고 스스로를 소외시키면 더 외로워집니다. 이제 어리석은 생각은 안해요.”

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문씨는 “조만간 운전면허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전주=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김용권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