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자 백정연씨 “사회복지사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

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자 백정연씨 “사회복지사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

기사승인 2009-08-19 17:04:01

[쿠키 사회] 사회복지사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복지사가 있다. 복지시설이 없고, 사회복지사가 없어도 장애인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백정연(29)씨. 서울강남장애인복지관에서 지역복지팀장으로 일하는 백씨가 제86회 새내기사회복지상을 수상했다.

백씨는 올들어 장애인 후원조직 사업을 도맡아 하고 있다. 백씨는 “지역 사회의 자원을 활용해 장애인과 연결시키고 관리하는 게 사회복지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로 장애인과 직접 부대끼는 일을 해왔으나 올해부터 후원조직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백씨는 매일 강남구에 위치한 기업의 후원 담당자와 전화를 하거나 만나서 ‘나눔’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눔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나누면 되는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나누며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더 많은 후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업 관계자와 의견을 교환하며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이다. 백씨의 노력은 지난 7개월동안 40여명의 개인 후원자, 25개의 기업 후원을 성사시키면서 열매를 맺고 있다.

백씨가 사회복지사 일을 시작한지도 어느새 6년이 됐다. 그동안 수많은 장애인을 만났다. 백씨는 장애인을 이해하고 상처를 안아주겠다는 첫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오해하고 상처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백씨의 진심을 받아들인다.

백씨는 지난해 만난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장애인 가족을 잊지 못한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옆 구룡마을 판자촌에 40대 장애인이 80세를 넘긴 노모,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살고 있었다. 등이 굽은 할머니와 비쩍 마른 10대 남자아이가 하루 종일 몸이 굳은 40대 남성을 침대에서 들고 내려야 했다. 백씨는 전동침대 후원자를 소개하고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억에 오래 남게 된 것은 이 가족이 마음으로 자신을 받아줬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백씨가 작은 선물을 들고 찾아가면 “아이고, 우리 큰 애기 왔어”하며 반긴다. 쭈뼜대던 아이도 친 누나처럼 대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던 아이의 아버지도 마음을 열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말할 수 있게 됐다. 진심으로 장애인과 가족의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다가갔을 때 변화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백씨는 “이래서 사회복지사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백씨는 언제나 시원한 웃음으로 사람들을 맞아 강남 장애인복지관의 인기인이기도 하다. 다른 사회복지사와 함께 ‘피클’이라는 댄스 동아리도 만들었다. 복지관 행사가 있을 때 공연에 나서기도 한다. 고된 일을 하면서 밝게 살고 있는 백씨는 “사회복지사가 없어도 되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거듭 말했다. 글=국민일보 쿠키뉴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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