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엄마, 저 할아버지는 누구야? 사람들은 왜 저렇게 슬픈 얼굴로 서 있어?"
18일 오전 11시43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합동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초등학교 2학년생 이예빈(8·여)양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자기 키 만한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이 상아색 국화 더미 한가운데 파묻히듯 세워져 있었다. 그 아래 일렬로 선 조문객 18명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제단 위에 국화를 한 송이씩 올렸다. 진행자 지시에 따라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10여초 눈을 감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관현악 연주로 흘러나왔다.
전국 각지에 세워진 김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헌화하고 묵념하는 시민들의 표정은 숙연했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눈시울을 붉히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었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에 차려진 분향소는 서울 25곳 등 모두 135곳이다.
오전 10시44분부터 조문객을 받은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오후 11시까지 9708명이 다녀갔다. 중구를 제외한 서울 지역 24개 자치구는 구청사 로비나 강당, 광장 등에 별도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객을 받았다. 부산은 시청 광장과 부산역 광장, 대구는 2·28기념중앙공원, 인천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 광주는 옛 전남도청에 분향소를 세웠다. 경남 김해에 사는 박원철(53)씨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터넷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 경남 지역 회원 4명은 광주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두 전직 대통령이 남긴 영·호남 화합 정신을 이어받자고 다짐했다.
전남 신안군 하의도 생가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의 조카 며느리 소대례(76)씨는 "지난 4월 생가를 방문했을 때 잡아주던 따뜻한 손길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은데 돌아가시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분향을 마친 뒤 "김 전 대통령의 뜻을 기리기 위해 생가가 있는 하의도에 '노벨 평화 공원'을 조성하고, 하의도를 '무궁화의 섬'으로 꾸미는 추모 사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연세대 김대중 기념 도서관에도 분향소가 차려졌다. 조문을 마치고 도서관을 둘러보던 주부 허유미(39)씨는 "국민의 스승이 돌아가셨다. 남긴 유품들을 보니 나라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느껴진다"며 울먹였다.
분향소를 방문하지 못한 이들은 인터넷 추모 게시판을 찾아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명복을 빌었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가 만든 게시판마다 매시간 1000∼2000개의 추모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추모 동영상을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고, 메신저 인사말에 애도의 뜻으로 검은 리본(▶◀) 표시를 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서윤경 박유리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