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설토 처리 곤란
2년 동안 마치기로 돼 있는 하도정비사업에서 나오는 준설토는 총 5.7억㎥이다. 이 가운데 골재(모래) 2.6억㎥와 사토 3.1억㎥의 대부분은 상당기간 적치장에 쌓여 있게 된다. 우선 모래는 5년 동안 중장기적으로 매각키로 돼 있다. 갑자기 많은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가격이 폭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준설이 완료될 때쯤에는 걷잡을 수없이 많은 모래가 쌓이게 된다. KEI는 “준설토를 쌓는 높이(성토고)를 5.7m로 하더라도 5.7㎥를 한꺼번에 쌓아 두려면 1억㎡(100㎢)의 적치장 부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강변을 따라 100m 폭으로 적치장을 확보한다고 할 때 무려 1000㎞나 이어져야 하는 규모다.
이에 대해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관계자는 “적치장을 한 곳에 집중해 설치하는 게 아니라 여러 곳에 분산해 두면 (준설토 등의 적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준설토의 오염정화와 악취 대책
KEI는 준설토의 용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지하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새로 생기는 습지를 보존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KEI의 다수 연구위원들은 “농경지로 만드는 것보다 강변저류지 조성이 가능하다면 성토해 습지를 겸한 홍수터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려면 결국 오염퇴적토에 대한 적정처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홍동곤 환경부 수생태보전팀장은 “이번 사업에서 토양환경보전법상 17개 항목의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적용해 준설토를 정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KEI는 또한 “준설토의 유기물이나 중금속 오염도가 낮더라도 악취는 심하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악취방지법에 따라 악취 배출허용기준을 충족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비 확보난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하천공사 1㎞에 굴삭기, 덤프트럭, 불도저, 레미콘 차량 등 중장비 20여대가 매일 필요하다고 돼 있다. 중장비 가동률이 50%남짓이라고는 하지만, 중장비 확보난이 빚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수원대 이원영 교수는 “준설선을 비롯한 특수 장비들은 유독 4대강 사업에만 쓰이는 것이어서 상당량 수입해야만 하고 공사 후에는 유휴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공허한 신재생 에너지단지 계획
최종보고서는 또 녹색성장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4대강에 신설되는 16개 보에 소수력발전설비를 갖추고, 강변에 태양광발전단지 및 한강을 제외한 3대강 하구에 풍력발전기 건립을 각각 추진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KEI는 “신재생에너지 계획은 타당성에 대한 근거가 거의 제시되지 않아 크게 삭감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가동보에 설치하려는 소수력발전설비는 대용량으로 우리나라는 경험과 기술이 없어서 외국업체들에 시공을 맡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비 절반으로 삭감하거나 3단계로 속도조절하자”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이 주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에 보와 댐을 건설하지 말고 홍수총량제를 도입해 전체 예산을 22조2000억원에서 11조3000억원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4대강 사업 속도조절론을 주장했다. 그는 강변저류지, 하천환경 정비, 수질대책 등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업은 1단계, 제방보강, 농업용 저수지 등 과학적으로 일정 부분 타당성이 인정됐지만 지역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업은 2단계, 준설 등 과학적으로 타당성이 인증되지 않은 사업은 3단계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환경전문기자, 맹경환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