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은 이번 특사 조문단을 통해서 한국정부의 대북정책 패러다임이 확실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황병무(69) 국방대학교 명예교수는 24일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을 것이며 남북문제를 특수관계로 풀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리정부의 입장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과거 북한은 경제적인 지원은 남북관계로, 핵문제는 북미관계로 풀어간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같은 이원화 접근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북한이 이번 조문시 접한 우리정부의 입장에 대해 정밀 분석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이 우리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기 위해 올초 집중적으로 실행한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등 각종 무력시위가 통하지 않았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외교를 통한 북한의 각종 제의에 대해서도 정부는 신중한 반응이다. 황 교수는 “북한의 고민이 깊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북한이 평화공세로 나오는 것은 6개월쯤 뒤에 현실화될 금융제재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대남관계를 묶고 푸는 것에 대한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북한의 평화공세에 쉽게 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 이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전략 기조가 변화가 없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에서의 지원은 지속되어야 하고 남북 대화통로도 열어놓아야 한다는 게 황 교수의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 10년간 남북관계를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특별한 대우를 받아오는데 익숙해져 있었다”며 “이제 상황은 변했다”고 말했다. 과거 “서울 불바다” 발언 당시와 올해 “비무장지대에서 서울이 50㎞도 떨어져 있지 않다”는 위협에 대한 남한의 반응은 달랐다. 생필품 사재기도 없었고 주가도 크게 출렁거리지 않았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도 크지 않았다. 황 교수는 “우리사회도 북한의 도발 발언과 긴장 고조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북한의 수단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7년 30여년간 봉직해온 국방대를 정년퇴임한 황교수는 외교통상부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저서 ‘한국안보와 국방정책’을 통해 대북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사진= 윤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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