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돼지와 닭. 그들에게도 ‘복지권’이라는게 있을까.
돼지는 1년 중 350일을 길이 2m, 폭 60㎝의 스톨에 갇혀 산다. 닭은 1년 내내 햇빛 한번 보지 못하고 어두운 곳에서 알만 낳는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들은 본능을 모두 거세당한 채 집약적 밀집 사육을 당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이들에게 기본적인 삶의 환경을 제공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동물복지권이 중요시되고 있다. 동물복지권은 무엇이고 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일까. KBS 1TV ‘환경스페셜’이 26일 오후 10시 동물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는 ‘동물복지권을 말한다’ 편을 방송한다.
분만을 앞둔 암퇘지는 100㎏이 넘는다. 이 비대한 몸을 폭 60㎝의 좁은 분만틀에 끼워넣은 채 새끼를 낳는다. 이 틀은 어미가 새끼를 압사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유럽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갓 태어난 돼지들은 꼬리가 잘리고 이가 뽑힌다. 꼬리를 자르는 것은 밀집 사육시 서로 꼬리를 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며 이를 뽑는 것은 어미의 젖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돼지들은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비좁은 틀 속에서 신체 훼손을 당해야 하는 것이다.
아파트처럼 닭장이 층층이 쌓인 컴컴한 농장에는 수만 마리의 닭들이 갇혀 있다. 닭은 어두운 곳에서 산란하기 때문에 알을 많이 낳게 하기 위해 전등을 일부러 끈다. 닭은 본능인 쪼기, 횃대 오르기는커녕 날개조차 펼 수 없는 좁은 닭장 안에서 햇빛도 볼 수 없는 처지로 사육된다. 이렇게 자연의 질서에 역행해 사육된 닭들은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병에 걸린다. 우리들은 결국 병든 계란을 먹게 되는 것이다.
광우병 등 축산 파동을 겪은 영국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집약적 밀집 사육에 대한 반론이 제기됐다. 99년 영국에서는 스톨 사용을 금지했고 동물복지인증제도인 프리덤 푸드가 등장했다. 프리덤 푸드는 동물학대방지 협회에서 인증하고 동물복지를 실현하는 농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부착하는 것으로, 동물의 5대 자유를 보장할 것을 주문한다. 동물의 5대 자유는 OIE(세계동물보건기구)가 지정한 것으로 갈증 배고픔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통증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등이다.
현재 농장동물복지는 한·EU FTA 협상, 유엔 의제 등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동물복지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환경스페셜’은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을 알아보고 가이드라인 제정과 농장 시스템의 변화 등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동물복지의 대안을 알아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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